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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行이야기../지리산..

지리산 1박.. /

by 山梨 똘배 2008. 11. 11.

 

 

산행일자 : 2008년 11월 9.10일(2일간)

산행장소 : 중산리-천왕봉-장터목대피소-세석대피소(1박)-장터목-백무동

산행인원 : 똘배 혼자..

 

 

3년만에 지리산 천왕봉으로 향한다.

설악산은 자주 다녔지만 거리가 멀다는 핑게로 차일피일 미루던 것이 벌써 3년..

작년에 반야봉. 뱀사골은 다녀왔지만 시간구애 받지 않고 종주능선을 걷던것이 3년이다..

인파를 피하자니 토요일 산행을 포기하고 일.월요일 이틀간으로 잡고 친구들에게 연락을 취해 보지만 시간이 맞지 않고..

이번에 가지 못하면 다음주말 끝나면 또 경방기간이라 올해를 넘길듯하여..

 

그간 빡센산행도 멀어져 비교적 짧은 중산리.천왕봉.세석.백무동으로 잡아본다.

개인적으로 교통편을 찾아보니 번거롭게 느껴지던중 마침 일요일 당일산행으로 중산리 가는 안내산악이 있어 예약을 한다.

전날 일기예보를 살펴보니 비올 확률이 2-30%라는데 무게 때문에 우산과 우의는 빼놓고 만약 비가 오면 자켓으로 견딘다는..

지리산은 초겨울일텐데 배낭무게를 줄여도 카메라를 합하니 13kg정도가 된다. 줄일수있는 것은 먹을것뿐..

 

 

모처럼 지리산엘 간다는 부푼생각에서인지 잠을 설치고 4시에 깨어 대충 준비를 하고 잠실에 나가 6시 30분에 중산리로 출발..

차에서 주는 김밥으로 아침요기를 하고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중산리에 도착해 산행준비를 하니 11시..

산행대장에게 내일 갈거라고 얘기를 하고 천천히 오르기 시작한다.

새벽에 비가왔는지 바닥도 젖어있고 나무가지엔 물방울이 맺혀있다.

가파른 돌길.. 물기와 흙에 젖은 등로가 미끄러워 조심스럽지만 촉촉한 숲향에 심호흡을 해 본다.

 

가물은 탓인지 계곡엔 수량이 적고 나뭇가지 사이로 단풍이 든 사면엔 운무가 연실 움직인다.

11시 40분 칼바위.

12시 27분 망바위..

13시 05분 로타리 대피소에 도착한다.

 

하늘은 그사이에도 변화무쌍하다.

구름에 덮혀 회색빛이 었다가 다시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를 수도 없이 반복..

모처럼 찾아왔다고 박대를 하는건지..

 

라면냄새가 구수하게 느껴지지만 사람많은 곳에 혼자 청승맞게 보일듯하여 그냥 지나쳐 법계사로 들어간다.

중산리로 두번을 내려갔지만 정작 법계사에 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자판기에서 따끈한 커피를 한잔 빼서 먹으니 쌀쌀한 기운에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

불상이 없고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다는 적멸보궁과 사리탑을 10여분간 둘러 보고 천왕봉으로 향한다.

 

14시 4분에 개선문.

14시 41분에 천왕샘을 통과..

김밥하나로 견디어 진이 빠진 육신에 마지막 깔딱고개가 힘겹다.

15시 21분에 남한 최고봉 천왕봉에 도착한다.

희미한 운무속에 보물이라도 되는양 정상석엔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고 겨우 정상석의 뒷통수만 한컷..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앞면의 천왕봉은 구경도 못한채로..

멀리 서쪽의 반야봉쪽을 아쉽게 바라본후에 바로 내려선다. 

 

조망이 없으니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다.

로타리대피소를 지나 잠시 떨어지던 빗방울이 싸래기로 변하더니 지금은 떨어지지 않지만

시야는 훨씬 더 오리무중..

운무속의 제석봉 고사목들이 운치보다는 쓸쓸하게 보이고

15시 55분에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한다.

여기서도 세석까지는 1시간 30여분은 걸릴듯 한데 배도 고프니 취사장으로 들어간다.

 

라면에 밥을 넣어 소주한팩을 마시고 나니 술기운 탓인지 여유가 생기고 40여분의 휴식후

운무속의 등로를 걸어 세석으로 향한다.

날씨탓과 제법 늦은시간이라 어둑한데 가끔 반대편에서 오는 한두명씩의 산님들이 보이고..

연하봉 주변을 지날때는 운무가 심해지고 급기야 바람까지 드세어 진다.

계획에 날씨가 좋았다면 이곳쯤에서 반야봉으로 넘어 가는 멋진 노을을 기대했는데

지금 상태는 비가 안오는 것만도 다행이라는..

 

촛대봉을 지나 발아래를 조심하며 걷는데 가만히 들으니 세석의 발전기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잠시후 불빛이 보여 반갑고..

잠깐이라도 속세를 떠남을 즐거움으로 알았는데 대피소의 불빛을 보고 반가워하는 생각을 하니 우습기도..

샘에 가서 물을 받아 세석대피소 도착하니 18시 10분.. 여기까지 7시간이나 걸렸네..

 

공단직원에게 입실수속을 하고 모포를 두장 빌려 대피소안으로 들어간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고작해야 20여명..

고단한 발걸음을 해서인지 몇몇분은 벌써 잠자리에 들었고..

잠시후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8시에 매점을 닫고 소등을 한다는 얘기..

 

젊은 외국인 남녀도 보이고 20대 청춘들도 보이고 4-50대의 사람들도 보이고..

다행이 예전 보다 소란스럽지는 않고 정숙한 편이다.

장터목에서 쌀쌀한 날씨에 먹은 라면이라 그런지 속이 불편해 매점에서 콜라를 한캔 먹으니 한결 좋아진듯 하다.

8시가 넘어 밖을 보니 달이 떠있어 내일의 날씨가 나아지길 기대해 본다.

 

잠시 눈을 붙히려고 하니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피곤한데도 말똥말똥..

4시에 먹은 식사때문에 배는 고프지 않은데 배낭에 있는 삼겹살..ㅎㅎ

숙면을 취하려면 소주 몇잔도 괜찮을터~

내일 아침에 먹기는 그렇고 취사도구를 챙겨 취사장으로 가니 젊은 친구들이 지글거리며 고기를 굽고 있다.

나도 장치를 하고 삼겹살을 구어 김치에 싸서 소주와 먹는데 그맛이 일품이네..

 

그때 젊은 친구들 몇이 들어 오는데 행색들이 고생좀 한 모양이다.

몇점 나누어 주고 챙겨서 나오는데 밤하늘의 별이 총총..

마치 성탄트리의 불빛마냥 밝게 보인다..

 

이후엔.. 23시에 깨어 별한번 더 보고..

새벽 4시에 일어나 멀뚱거리다가 아침을 먹고 촛대봉으로.. 

 

 

 

 중산리 계곡.. 수량이 적고..

 

 

 

 

 

칼바위..

 

 

 

 

 

 나뭇가지의 물방울과 운무..

 

 

 잠깐씩 파란하늘이 보이기도..

 

 

 망바위..

 

 

좌측 법계사와 맨뒤의 천왕봉..

 

 

 로타리대피소..

 

 

 법계사..

 

 

 

 

 

 

 

 

 오름중에 사진촬영을 하는 폼이 재미있어서..

 

 

 지리한 계단길..

 

 

 뒤를 보니..

 

 

 개선문..

 

 

 뒤쪽..

 

 

 잠시 개이고..

 

 

멀리 우측에 반야봉이 잠깐 보인다..

 

 

 다시 운무에..

 

 

 마지막 오름길..

 

 

 중산리로 내려가는 산님들..

 

 

천왕봉 정상석 주변의..

 

 

 뒷면만..

 

 

 천왕봉을 내려서며..

 

 

 

 

 

 제석봉 가는길에..

 

 

 

 

 

 우측의 조망하는 산님.. 뭐가 보이나??

 

 

뒤돌아본 구름에 싸인 천왕봉..

 

 

 

 

 

 

 

 

 장터목 대피소..

 

 

 

 

 

 대피소를 떠나며..

 

 

 

 

 

 연하선경도 운무에 가리고..

 

 

 

 

 

 촛대봉 안부..

 

 

 세석 대피소 안착..

 

 

2일차..

  

늘상 대피소에서의 하룻밤은 그렇지만 전날의 산행이 제법 피곤했는데도 세석대피소의 밤 또한 수월치 않다.

코고는 소리와 작은 소음들.. 나때문에 내옆의 다른이에게도 그럴지 모르지만 말이다.

곤한 잠을 자기엔 소주의 마취량이 부족했는지 아니면 밤하늘의 총총한 별빛때문인지 모를일이다.

새벽에 잠깐 나와 보니 목책과 나뭇잎엔 서리가 성성했는데 온도가 그다지 낮지 않은탓인지 산행시에 상고대는 없었다.

 

새벽 4시부터 깨어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5시가 넘어 배낭을 챙겨 취사장으로 향한다.

외국인 청춘남녀도 일찍 서둘르는데 먹는 꼬락서니를 보니 샌드위치.. 그거 먹고 제대로 걷겠니??

나도 점심때면 백무동에 도착할테니 손쉬운 라면에 밥한덩이를 끓여 먹고 샘터에서 물을 보충하고

일출을 보기 위해 06시 27분에 촛대봉으로 향한다.

 

뻐근한 다리도 그렇거니와 새벽에 우격다짐으로 집어 넣은 뱃속의 음식물이

잠깐의 오름길인데 써늘한 기후에도 자켓을 벗게 만들고..

앞에 먼저 떠났던 외국인 청춘이 걸어가는 실루엣.. 배낭을 짊어진 선이 귀상어 같다는 우스운 생각을~

06시 43분에 촛대봉 안부에 도착하니 한분만이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

 

나도 다시 자켓을 입고 바람 적은 곳에 자리를 하고 일출을 기다린다.

좌측 천왕봉에서 우측으로 이어진 붉은 띠..

붉은 빛이 진하게 모여있는곳에 구름이 걸쳐있다.

지평선에서 올라오는 해가 아닌 구름속의.. 허지만 어제의 날씨에 비하면 이것도 감지덕지..

명색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일출인데 말이다.

구름층을 뚫지 못해서인지 한참을 숨어 용을 쓰고 있다가 07시 3분에 섬광처럼 작은 해가 반짝인다.

잠시후 서서히 햇살이 온 산하에 퍼지면 따스한 기운이 몸을 감돌고..

 

세석과 뒤로 영신봉.. 멀리 반야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반야봉 북쪽에는 낮게 구름층이 깔리어 운해가 보인다.

지리산으로 올때 기대했던 광경 중에 상고대를 뺀 일출과 운해를 보는 순간이다.

어제의 날씨가 한꺼번에 보상받는..  또한 먼길과 피곤함이 일시에 없어지는것 같다.

30여분 이상을 넋이 나간 모습으로 앉아 있다가 연하봉으로 향한다.

 

생각보다 날씨는 춥지 않고 바람도 거세지 않다.

여름에 무성하게 피어났던 들꽃들도 모두 갈색으로 변한 지금..

어림짐작으로 용담. 수리취. 원추리등이 보이고..

걸어가며 조망이 보일듯한 암봉에 올라서면 반야봉 북쪽의 운해가 장엄하다.

바로 발아래서 보는 운해보다는 못하겠지만 지리의 제2고봉을 넘지 못하고 계속 밀어 부치는듯한 풍경..

 

사람도 없으니 암봉위에 난장이삼각대로 셀카도 몇장 담아보고~

08시 50분에 천왕봉쪽에 구름이 조금씩 몰리기 시작한다.

연하봉이 보일무렵 바람이 거세지더니 남쪽에서 구름이 몰려와 북쪽의 운해와 기싸움을 벌이는듯한 풍경..

어제 같은 버스를 타고온분이 세석쪽으로 향해 인사를 건네니

낙남정맥을 탄다고 하는데 지리산을 30년만에 올라와 본다는..

혼자 멀어져 가는 뒷모습이 허허롭게 보인다.

 

09시 33분 장터목에 도착하니 청소를 하던 공단직원이 사진 많이 담았냐고 좀 보자고 한다..

20여분후 백무동으로 향한다.

무릎이 시원치 않으니 보호대를 끼고 천천히 천천히..

10시 30분.. 장터목 대피소와 우측 반야봉이 아득히 보이는 곳에 앉아 나머지 간식을 먹는다.

반야봉 아래의 운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많이 옅어진 모습이고..

11시 10분 소지봉 통과..

조금 더 내려가니 젊은처자 둘이 등로에 앉아있다가 얼마나 걸리냐고. 험하냐고 묻고..

11시 26분 참샘을 지나며 목을 축이고..

11시 45분에 하동바위 통과..

 

앞에 초등학생과 남자 한분이 가고 있어 물어 보니 로타리대피소에서 자고 넘어 온단다.

부자관계는 아니고.. 어린 친구에게 힘안드냐고 물으니 힘들었어도 기분은 좋았단다.

내려설수록 단풍 빛이 진해지고 예쁘다.

12시 15분 날머리 백무동에 도착..

공단 화장실에서 머리를 행구고 13시 30분 동서울로 출발하는 버스가 있어 식당 툇마루에 앉아 비빔밥과 막걸리 한통..

어린친구와 함께 내려온 이에게 한잔 권하니 술을 못먹는다고 입술만 적시고..

 

백무동을 떠난 버스는 함양을 둘러 동서울 까지 4시간..

버스 앞자리에는 2박3일단 지리종주를 처음한 네사람..

삭신이 쑤신다며 피곤해서 눕다시피하고 친구에겐가 전화를 하는데

"지리산 종주해봤어?? 안해봤으면 말을 하지말어!!~"  당분간 유행어가 될듯 하단다.ㅎㅎ

잠깐 대화를 나누다가 졸지에 산행 선배가 되어 버리고..

 

 

혼자 떠난 모처럼의 지리산행..

1년에 설악산은 몇번씩 가지만 당일산행으로는 쉽지 않은 지리산행이라 격조했었나 보다.

설악과는 또 다른 느낌의 지리산행이 좋았다..

이원규님의 시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라는 귀절을 떠올리며..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 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 노을을 품으려거든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불일 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려면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 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라

 

최후의 처녀림 칠선 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시라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 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세석을 떠나며.. 서리가 성성..

 

 

귀상어..

 

 

 촛대봉의 실루엣..

 

 

좌측 천왕봉..

 

 

 일출..

 

 

 

 

 

 당겨본 천왕봉..

 

 

세석과 뒤로 영신봉.. 멀리 엉덩이 모양의 반야봉..

 

 

 촛대봉을 내려서며..

 

 

 

 

 

 축하비행?

 

 

 북쪽의 구름바다..

 

 

 남쪽..

 

 

좌측 촛대봉에서 반야봉까지..

 

 

 

 

 

 산죽잎새의 서리..

 

 

   반야봉과 운해..(클릭하면 커짐)

 

 

 

 

 

 셀카~

 

 

연하봉과 뒤로 천왕봉..

 

 

걸리버..

 

 

 이름처럼 煙霞선경이..

 

 

 

 

 

 

 

 

 

 

 

 남쪽의 구름이 올라오고..

 

 

 

 

 

 장터목대피소..

 

 

 중산리 방향..

 

 

 장터목에서..

 

 

 천상의 카페..

 

 

 제석봉 가는길.. 이곳에서 좌측으로..

 

 

 하산길에 본 장터목 대피소..

 

 

 반야봉..

 

 

 소지봉..

 

 

 

 

 

 더 이상은 못가~

 

 

 참샘..

 

 

 

 

 

 

 

 

 하동바위..

 

 

 고도가 낮아지면서 단풍이..

 

 

 

 

 

 

 

 

 

 

 

 쫄쫄이 곶감 말리기..

 

 

 백무동 버스주차장에서..

 

.

.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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