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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行이야기../지리산..

지리산 / 설레임후에 아쉬움으로..

by 山梨 똘배 2007. 7. 30.

산행일시 : 2007년 7월 29일

산행장소 : 지리산 / 성삼재-노고단-임걸령-반야봉-묘향대-뱀사골 (도상 약 20km)

산행인원 : 똘배와 친구. 가이드산악따라서..

 

산행글

 

2005년 10월 말에 지리산 종주를 다녀온 이후로 오랫만에 지리산으로 간다.

약 일주일전 친구와 1박 2일로 계획을 잡으면서

지리산의 이곳저곳이 눈앞에 아른거렸는 데..

사정이 생겨 아쉬운 마음에 당일이라도 다녀 오려고 한다.

 

백무동 계곡으로 가려다가 코스에 능선 산행이 빠져 있어

잠시나마 지리 주능선을 걸어 보려는 마음에

성삼재.반야봉.삼도봉.뱀사골 코스로 정한다.

코스에는 나와 있지는 않지만 보호구역인 묘향대와 이끼폭포를

언감생신 은근히 기대하는 마음이 생겼었다.

왜냐하면 반야봉 가까운 거리에서 묘향대로 가본적이 있어서이다.

 

3년전에 우연찮은 기회에 다녀온 그곳을.. 생각만 하며 지리로 떠났다.

상상만 하던 기대가 가는 버스속에서 산행대장의 코스설명에 현실로 나타난다.

30여명의 일행중 정코스로 간다는 분은 한명이고

다른 이들은 묘향대. 이끼폭포로 간다고 한다.

단속에 대한 염려 때문에 개운치 않지만 군중의 일원으로 나도 간다하는..

역시나 어쩔수 없는 속물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역시 멀기는 먼 거리다.

중간 반선-성삼재 오름길에 피서철 행락객들의 물놀이를 보며 저곳에서 하루를

유하다 가도 괜찮겠다고 친구에게 예기를 했는 데..

막힘없이 달린 버스라도 11시 20분에 성삼재에 도착했다.

 

날씨는 뿌옅던 개스가 걷히고 오히려 맑아지는 느낌이다.

구례방향으로 구름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고 성삼재 주차장엔 차들이 꽉 차있다.

이곳에서 시작한 종주길이 세번이었는 데 환한 낮에 걸어 보기는 처음이다.

컴컴한 하늘아래 비장한 각오로 천왕봉을 향해 출발하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노고단으로 오르는 길은 뙤약볕 아래지만 오르내리는 인파가 많다.

노고단만 다녀오는 사람들인 지 배낭도 없이 슬리퍼 차림도 보이고..

칠흑같은 밤에만 지나던 길이라 분위기도 다르고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니

약간의 환상이 깨지는 듯한 느낌도 든다.

노고단 안부에 올라섰지만 시간 안배때문에

개방된 노고단은 들르지 않고 주능선에 발을 내 디딘다.

 

 

 

낮에 보는 생경한 풍경의 성삼재.. 

 

 

화엄사 방향의 계곡.. 

 

 

공사중인 노고단 대피소를 떠나며..

 

 

                                 노고단안부로 오르는 중에..

 

 

노고단 안부에서.. 원추리. 노루오줌. 둥근이질풀 등이 보인다.

 

  

얼마전부터 개방한 노고단 정상..

 

 

천왕봉까지 25.5km..

 

 

지리능선으로 향한다.

 

 

 

천왕봉 25.5km의 이정목이 아득한 지리능선 속으로 가라하는 손짓 같다.

들어서는 순간 꽃향기가 그윽하게 콧속을 자극한다.

또한 인파가 줄어들어 반대편에서 오는 산님들과 가끔 마주칠 뿐이니 이제사 산에 든 기분이다.

고도가 높아서 그런 지 땡볕아래엔 머리가 어찔할 정도로 뜨겁지만

나무그늘의 등로는 시원하기 그지없다.

등로주변엔 경기도 쪽은 이미 끝물인 원추리가 지천이고

둥근이질풀. 동자꽃. 모싯대등이 지천이니 산상화원이 따로 없는 듯하다.

 

하늘은 파란빛이 보이지만 주변의 능선은 가스가 걷히지 않아 조망은 시원치 않다.

주로 비나 안개속에서 걷던 지리산 능선인 데 이정도면  감지덕지..

돼지평전.피아골 삼거리를 지나치고 13시 10분에 임걸령에 도착한다.

 

6.25사변때 많은 사상자가 묻혀 이곳저곳에서 유골이 나왔다고 하는 곳.

그래서 물맛이 좋대나?

하여간 바가지로 그득히 물을 받아 들이키니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주변에 보니 식사하는 분들이 많이 보여 왕시루봉 능선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나는 밥을 싸오지 않고 어랫만에 떡과 삶은계란. 맥주..

친구는 알찬 도시락을 챙겨왔다.. 고추에 상치쌈까지..

마다하는데도 아랑곳 않고 밥한덩이를 내게 건넨다.

마침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 오니 산상의 점심이 그야말로 꿀맛이다.

30여분의간의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반야봉으로 향한다.

 

 

 

지리터리풀..

 

 

원추리와 산님들.. 부산에서 왔다는 젊은 친구는 연하천에서 1박을 한다함.. 오른쪽은 친구..

 

 

왕시루봉과 잠자리들..

 

 

등로옆의 일월비비추 군락..

 

 

지리능선.. 좌측이 가야할 반야봉..

 

 

반야봉을 향해..

 

 

우측은 피아골로..

 

 

앵초와 산상화원..

 

 

                  임걸령 샘터..

 

 

왕시루봉을 보며 식사를..

 

  

 

 

 

부른 배를 안고 씩씩대며 노루목까지 가는 30여분의 오름길이 버겁다.

그래도 가끔 숲터널을 지날때는 시원한 느낌이 들고 갖가지의 다른꽃들이 반겨주니 좋을뿐이다.

14시 10분 노루목 삼거리를 지나 반야봉으로 오른다.

이정목의 거리는 달랑 1km이지만 체감상으로는 몇km의 오름길은 되는 느낌이다.

 

오르는 중에 뒤를 돌아 보니 불무장등 능선은 다시 흐려지고

35분만인 14시 45분에 지리산의 두번째 고봉인 반야봉 정상에 선다.

높이는 1,732m.. 정상석이 두개가 서있는 데 하나는 세운 지 얼마되지 않아 보인다.

약간 고풍스럽게 생긴 정상석 옆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었는 데 힘이 들어서인 지 일그러진 인상..

자주 찍지는 않지만 역시 어색해 보인다.

북쪽 중봉쪽으로는 출입금지 표시가 되어있고 다닌 흔적은 있지만 풀이 무성하다.

 

순식간에 북쪽 중봉쪽에서 운무가 몰려와 시원함이 느껴지지만 일순간 조망이 없어진다.

아까 돼지령에서 만남 젊은 친구가 맨몸으로 올라온다.

오름 중간에 힘들어서 배낭은 놓아두고 올라 왔단다.

친구가 얼음물을 주니 달게 마신다. 20여분의 휴식을 마치고 다시 내려간다.

 

 

 

노루목으로.. 

 

 

 

 

 

노루목에서 본 지나온 길.. 맨뒤가 노고단..

 

 

반야봉 오름길에..

 

 

곰을 만나면.. 

 

 

두개의 정상석.. 

 

 

  

중봉방향과 운무..

 

 

희미하게 불무장등 능선..

 

 

온길을 서둘러 내려와 금기시 된 장소로 설레는 발걸음을 옮겨 놓는다.

조금의 죄책감은 여러 사람이 앞서 지나갔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으며..

실상 반야중봉은 예전에 다녀왔지만 반야봉은 처음이다.

반야 중봉으로 내려가면 시간도 단축되고 좋은것을 처음 가는 이길은 여간 힘이 든게 아니다.

아까 반야봉 오름길부터 무릎에 열기가 느껴지고 종아리에 힘이 빠지는 기분을 느꼈다.

더군다나 후미조에 속했다는 기분은 마음까지 조급하게 하고 있으니..

 

묘향암의 스님이 공양걸이를 타러 다닌다는 그길은

숲으로 둘러 쌓이고 고목들이 나뒹구러져 있기도 하다.

날씨마져 잔뜩 흐려 있으니 약간의 음산함마져 든다.

음지라 그런 지 들꽃들 종류도 말나리와 산수국 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한참만에야 앞서던 5-6명의 사람들을 만난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비탈길에 힘이 드는 지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 한분이 다시 돌아간다고 한다.

건너 보이는 능선에 묘향암이 있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후미대장이 와서 시간상 안된다고 하니 어쩔수 없이 따라 나선다.

이미 금줄을 넘은 상태이니 무조건 앞으로 진행할수 밖에..

 

친구와 앞서 나가길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건너편에 양철지붕이 눈에 들어 온다.

우리나라 암자중 제일 높은곳에 위치해 있다는 그토록 찾던 묘향암이다.

붉은 양철의 창고 같은곳이 보이고 돌담장으로 해서 오르니 건장한 스님 한분이 나와 계신다.

눈인사를 건네고 몇컷의 사진을 찍고 뒤쪽 석간수 쪽으로 간다.

스님왈.. 아까 지나간 일행이 마지막이라고 하더니 또 있냐고 약간은 불편한 심기를 들어낸다.

 

힘들게 올라왔는 데 조금 야속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조용히 정진중인곳에 들어와 속세의 산꾼들이 서성거리니..

그리고 들어오지 말라는 곳을 들어왔으니 당연히 잘못을 한터이니..

적막한 암자의 느낌을 맛보리라는 기대는 사라지고

민망한 마음에 속히 자리를 빠져 나온다.

 

3년전만해도 찾는이들이 많지 않아서인 지

떡까지 주시던 스님생각에 정겨움을 느낀 곳인데..

그간에 생긴 변화인듯..  

 

  

 

                                 묘향대로 향하며 본 토끼봉..

 

 

 

 

 

 

 

 

묘향암..

 

 

중봉엔 운무가 덮히고.. 

 

 

석간수..

 

  

합장을 하는 산님.. 

 

 

계곡으로 향하는 길 또한 급경사와 너덜로 된 험로의 연속이다. 

진을 뺀 상태에서 무릎의 뜨거움을 느끼며 진행을 하는 데

후미조라 여유가 없으니 빠르게 진행을 한다.

16시 40분 계곡 상류에 다다른다.

너덜길의 바위를 곡예를 하듯이 딛고 발을 옮기는 게 여간 힘이 든게 아니다.

 

계곡이라 그런지 어둠이 몰려들고 이대로 가다간 이끼폭포를 보아도

사진도 찍을수 없는 지경에 이를듯..

앞사람만 따라 발밑을 보고 진행하다가 아무래도 너무 많이

내려온듯 싶어 이상하다? 생각을 하는 데..

그렇다고 늦은 마당에 찾을수도 없어 그냥 진행을 하는 데

급기야 뱀사골 주 통로의 다리를 넘어서고야 만다.

 

3년전의 물이 없을 때 보았던 이끼폭포를 볼 마음에 들떳던 마음이

일순간 아쉬움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여태껏 진행했던 것보다는 편안한 등로인데도 아쉬움때문인 지 힘이든다.

친구도 힘이 드는 지 아무 말이 없고..

 

기대도 하지 않고 온 산행이지만 막상 그길을 지나치면서 보지 못했다고

생각을 하니.. 언제 다시 이곳을 와볼지..

결과적으로 반야봉을 가는 바람에 뒤쳐져서

이끼폭포를 보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뱀사골 계곡의 풍부한 수량과 멋진 풍광도 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

이미 집결시간도 늦은 상태이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길 뿐이다.

18시 20분 도로가 있는 요룡대에 도착하지만 이곳서 반선까지도 도로길 2.2km..

뜨거운 무릎과 발바닥으로 진행을 한다.

 

 앞에서 여자분이 기사인 택시가 오더니 타고 내려가라고 한다.

속으로는 힘이 들어 타고 싶지만

앞으로 1km만 가면 되는 데 다와서 택시를 탄다는 것도 자존심 상하고..

사양을 하는 데 친구가 차를 돌려 내려 오라고 한다.

 

계속 걷고 있는 데 택시가 돌아 내려와 탔는 데

택시비가 1만냥이란다.. 계속 그 코스만 도는 모양이다.

1km남았는 데 비싸다고 했더니 이천원 디스카운트..

택시를 타보니 날머리에서 주차장까지도 한참 간다.

버스에 도착하니 18시 30분..

7시간의 희비가 엇갈린 산행이 막을 내린다.

 

간단히 준비된 식사를 하고 개울가에 가서 씻고 나서 서울로 향한다.

피곤했던 지 버스에서 이내 골아 떨어지고..

 

 

 

 한없이 뚝 떨어지는 등로..

 

 

 너덜 내림길..

 

 

 계곡 상류에 도착..

 

 

 비경..

 

 

 

 

 

 금줄을 넘어서는..

 

 

 

 

 

 

 

 

 

 

 

 

 

 

 

후기..

 

사람의 심리란 참 희안하다.

처음 기대하지도 않았던 묘향대와 이끼폭포를

간다고 했을때의 반가움과 긴장. 흥분이

이끼폭포를 보지 못한 아쉬움으로..

 

따지고 보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금지한 곳을 가고도 무덤덤해지는

이기분을 산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말로

정당화할 수가 있는 것인 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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