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기 |
도종환 | |
아침에 내린 비가 이파리 위에서 |
산엘 가지 않는 날은 심심하다.
모처럼 눈덮힌 설악을 가려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아 토요일 늦은 시간에 예약을 취소한다.
몇년간 일요일 산으로 가는것이 습관이 되었는지 5시가 넘자 눈이 떠지고..
뭉기적거리고 거실에 앉아 있다가 카메라 들고 어스름한 도로를 달린다.
하늘은 흐렸지만 시간대를 잘 맞추면 두물머리의 일출을 볼수도 있을것 같아서다.
도착하자마자 동쪽 산으로 붉은 기운이 조금 보이더니 이내 힘없이 사그러 들어 얼어 붙은 강주변을 돌아 본다.
산책하는 이들과 사진을 찍는이들이 보인다.
커피한잔을 시켰더니 아주머니 말씀이 올해는 예년 보다 더 추워 강이 일찍 얼었단다.
별 찍을것도 없는데 주변에선 연신 셧터를 눌러대고..
여름에 멋지게 보이던 연밭이 땡땡 얼어 붙어 있다.
한몸에 시선을 받던 곳인데 이제는 시선도 끌지 못한다.
집으로 오는길에 분원리에 잠시 들러 뒷동산을 오르다 낙엽이 가린 얼음에 미끄러져 살짝 넘어지고..
얼어 붙은 커다란 호수는 오랫만에 정겨운 소리들 들려 준다.
어릴때 들었던 �~하고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를..
집으로 돌아와 오랫만에 잠시의 낮잠을 즐겨 본다.
시쿤둥한 일출..
그나마 얼지 않은 곳의 오리와 왜가리..
강건너..
400년 묵은 느티나무와..
이젠 시선조차 받지 못하는..
발묶인 나룻배..
쩡.쩡 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고..
강변 마을..
더벅머리..
낙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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