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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行이야기../강원도의 산..

치악산 / 초겨울의 雪花..

by 山梨 똘배 2005. 9. 20.

산행일시: 2003년 12월 7일
산행인원: 혼자
산행구간: 구룡사 매표소 - 사다리병창 - 비로봉 - 계곡 - 구룡사 / 5시간 30분

 

11월에 설악산 갔다온 후로 집주변 동산(불곡산)에 한번 가보고 빈둥거리다가
12월 6일(토욜) 밤12시에 갑자기 산에 가고픈 생각이 든다.


올해부터 시간이 나는 대로 산에 가기로 했는데 가본산이 별로 없어 이름난 곳부터 다니기로 했는데

봄에 월악산(친구가족 야유회), 여름에 지리산(친구3명과 2박3일), 가을에 설악산(친구1명과 1박2일)을

다녀온 후로 눈꽃산행을 소백산이나 덕유산으로 희망하고 있었다.

헌데 국립공원 산불예방기간이라고 12월 중순까지 못가고 있으니 좀이 쑤실 일이다.   


춥다는 일기예보를 들은 후 인터넷을 뒤지니 치악산 비로봉은 올라갈 수 있다고 해서
배낭을 꺼내어 주섬주섬 준비를 하고 집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같이 가자고 예기하니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예정산행시간은 약 6시간이지만 먼저 설악 공룡능선 산행 때 고생한 생각이 나서 여벌옷. 헤드랜턴. 예비 밧데리.

디지탈 카메라.과일등등을 대충 배낭에 넣어두고 새벽 2시30분정도에 시계를 5시 30분에 맞추고 잠이 든다.


시계소리가 울리고 집사람 깰까봐 조용히 더운물과 커피를 타서 집을 빠져 나온다.

자! 출발이다.. 차를 몰고 치악산입구 까지 가니 사람이 별로 없어 매표소 앞에 주차하니7시 10분경..(주차비는 안받음)


등산객 차로 보이는 몇 대가 주차되어 있다. 마침 산행차림의 몇 사람이 가게에서
컵라면을 산다.  나도 컵라면 1개와 프라스틱병 소주 1개를 사고 매표소에 다다르니 직원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기분이 좋다. 입장료 2,600원을 내고 평탄한 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몇년전 겨울에 집사람하고 여기에 와서 구룡사까지만 갔다 내려와 막걸리 먹었던 기억이 난다.

올라가는 길엔 가게에서 본 일행(여자3명. 남자1명)과 혼자 온 남자 1명이 올라 가고 있다.

날씨가 춥고 바람까지 불어 배낭에서 어제 산 뚜껑없는 바라크라바를 꺼내어 쓴다.


구룡사에 올라가니 초겨울의 쓸쓸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초행길이라 등산로가 안보여 딴사람을 따라가려 했는데 모두 뭉기적 댄다.
감으로 계곡쪽으로 가니 길이 있었다. 에라!  내가 먼저 가자 하며 올라 갔다.


계곡을 타고 쭉 빼기 시작했다. 산행속도가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지만 춥기도 해서
일부러 빨리 걸었다. 야영장입구..

텐트 한동이 보였는데 현수막에 원주대 산악부라고 쓰여 있는데
여대생들이 기지개들을 펴고 세면장에 모여 있다. 춥게 잔 모습이 역력하다.
잠자리가 무척이나 추웠을 꺼라고 생각하며 계속 오른다.


앞에서 젊은 친구가 카메라를 들고 물가에서 올라온다. 인사를 건내고 지나치니 잠시후에 그가 추월한다.

걷는 속도가 보통이 아니다. 폭포 못미쳐 표지판이 눈에 띤다.

사다리 병창과 계곡길중 매표소 직원 말대로 사다리 병창으로 길을 잡는다.
처음부터 가파르다. 계속 계단길이다. 이래서 사다리 병창인가?


 

위/사다리병창 오름길에서

 

한참 오르니 주변이 밝아지고 능선쪽으로 햇빛이 보인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제일 높은 봉우리가 반사되어 하얗게 보인다.

확실치는 않지만 눈이 있는것 같다. 이게 웬일인가 하며 눈을 의심했다.


갑자기 그 모습이 빨리 보고 싶어 발길을 재촉하지만 경사가 심해 얼마 못가서 헉헉댄다.

그런식으로 계속하니 갑자기 배가 아프다. 아차! 일찍 나오느라고 볼일을 안본 때문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마땅한 장소가 없어 한참 찾은 후에야 일을 보고 개운한 몸으로 다시 올라간다.


벌써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다. 저 양반들은 도대체 몇 시에 올라간 거지? 생각하며 올라간다.

갑자기 허출한 기분이 든다.

커피와 휴게소에서 산 연양갱을 먹고 다시 올라간다.

얼마 후 저앞에 하얀 것이 보인다. 눈이었다.

여기는 얼마 전에 눈이 왔나보다 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카메라를 꺼내어 경치 좋은곳에 셧터를 누른다.

오길 잘했구나 생각이 든다.


 

위/ 설경

 

위/비로봉 아래의 풍경

 

 

 

 

 

드디어 1288m의 비로봉정상........
아래에서 약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었다.

정상에는 한 7-8명정도가 있었다. 사방이 트인 경관.. 거기엔 눈까지 있었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이걸 보러 내가 여기 왔지 하며 흐믓한 생각이 든다.
바람이 몹시 불고 추워 모두들 바위 아래 숨는다.

손을 연신 비비며 엄청 시려워 하는 아까 그 젊은 친구에게 정상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 부탁한다.
미안하지만 그래도 정상 증명사진은 반드시(?) 찍어야 하는 것 아닌가.

옆에 지긋한 연세의 부부가 있었다. 커플룩 등산복을 입었는데 참 보기가 좋다.


내년 봄에는 집사람하고 지리산 한번 꼭 가봐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인천 무슨 산악회에서 30명 정도가 왔다고 하는데 그분들이 하나 둘 계속 올라왔다.
어린애들도 보였다. 이 추운 날씨에.. 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애가 앙칼진 음성으로
아빠만 먼저 올라왔다고 울먹인다. 귀여운 모습이다. 대견하기도 하고...
그네들에게는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부부가 컵라면을 드신다. 산악회분들께 술안주로 컵라면 하나를 꺼내어 주신다.
나도 컵라면을 꺼내어 물을 붓고 소주도 꺼낸다.

갈증이 날 것 같아 집에서 캔맥주를 하나 가져 왔는데 추워서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산악회 몇분은 그래도 맥주를 시원하게(?) 먹는다.


곱은 손으로 설익은 라면과 소주...그래도 맛있다.
엄청 추워보이는 젊은 친구에게 소주를 권하니 극구 사양한다.

청주에서 온 다른 한분도 엄청 추워 보인다. 사방을 보며 곱은 손으로 사진을 찍었다.


집사람에게 전화하니 이제 잠에서 깨었는지 시큰둥하다.
시간이 맞지 않아 눈꽃 산행을 같이 하기로 한 친구에게 전화를 해 보지만 받지 않는다.

추워서 더 이상 지체하기가 힘들다.

젊은 친구와 청주에서 온 분과 3명이 계곡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위/비로봉 정상의 돌탑

 

 

 

 

 

 

 

 

 

 

 

젊은친구는 사진을 계속 찍는다. 부산에서 어제 기차타고 올라 왔는데 산행을 자주 하는 것 같았다. 모자도 안썼다.

이렇게 추울 줄은 몰랐단다. 소주기운이 조금 있는 것 같다. 

내려오다가 미끄러져 바위에 손을 짚었는데 얼얼하다. 새로 산 장갑에 구멍이 났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계속 하산을 한다.


심설의 설경은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오늘 산행은 만족한다.

쫄쫄 흐르는 깨끗한 계곡물이 얼어서 인간이 만들 수 없는 여러 가지 모양을 내고 있다.

사십년 이상을 살아 오며 겨울도 살아온 햇수 만큼 보아 왔건만 자연의
경이로운 모습은 항상 새롭다.

 

 

 

 

 

청주에서 온 분이 천천히 내려오겠다며 먼저 하산하라고 한다.

오후 1시부터는  올라오는 산행을 통제한다고 한다.

아마 하산길에 어둠이 빨리 오기 때문 일 것이다.  계곡 합류지점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배낭에서 타온 커피를 꺼내어 둘이 먹고 있는데 청주분이 내려온다.
조금 남은 한모금을 주고 보온병의 따듯한 물도 한잔씩 하고 내려온다.
갈림길에서 청주분이 폭포를 보고 내려간다고 해서 우린 내려왔다.


구룡사에 잠깐 들른다. 사대천왕문을 통과하며 사진을 찍어본다.
사찰은 개축과 증축공사를 하는 것 같아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다. 대웅전은 보이질 않았다.

저 아래 매표소가 보인다.
둘은 식당에 들어가 오뎅국물을 먹고 하산주 한잔을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헤어진다.

젊은 친구는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간다고 한다.


집으로 오는길은 꽤나 막혔지만 그래도 기분은 뿌듯하다.

그래도 올해는 젊은 친구 말대로 삼대악산이라는 설악.치악.월악(?)을 다올라 보았다.


다음엔 더 멋진 눈꽃산행을 기대해 본다.  

 

 

구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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