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山行이야기../설악산..

북설악 신선봉..

by 山梨 똘배 2005. 9. 15.


☞산행일자 : 2004. 2. 29일 (일요일)

☞산행장소 : 미시령 - 상봉 - 신선봉(1,204m) - 마장터 - 창암

☞산행인원 : 똘배혼자 안내산악회 따라서



 

며칠 전부터 아랫배에 탈이나 지리산이나 설악 무박으로 계획했던 산행을 포기하고

설악 미시령에서 출발하는 신선봉으로 가기로 마음먹고 3회에 걸쳐서 정로환으로 뱃속을

진정시키고 복정역에서 7시30분에 출발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휴게소를 거쳐 요기를 하고 미시령휴게소에 도착하니 주차장엔 관광인파로 꽉 차있다.

날씨는 쾌청하고 바람도 없어 마치 봄날에 산행을 하는 기분이다.

  

2주만의 산행이지만 아랫배에 계속 신경이 쓰인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선지 금방 숨이 차온다.

조금 오르니 저기 멀리 앞쪽으로 상봉이 보이고 뒤쪽으론 구불구불한

미시령길이 보이고 설악산의 자태가 보이기 시작한다.

  

날씨가 푹해서 오르는 길은 질퍽질퍽하다.

땀이 비오듯 흐르고 바람도 없어 나는 반팔 차림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이제 어느 정도 뱃속도 편안해지는 것 같다.

  

 

 저 앞에 상봉이 - 신선봉 보다 상봉 표고가 더 높음

  

 

한주간 산행을 걸러서 배탈이 났나?

상봉으로 알았던 바위 밑을 통과하고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신선봉인줄 알았는데 그 봉우리가 상봉이란다.

  

 

  

 

어쩐지 얼마 올라오지 않은 것 같은데 하며 너덜지대를 통과해 상봉에 다다른다.

북동쪽으로 속초시내와 탁트인 바다까지 보이고 남쪽으론 울산바위와 범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속초에 오면 꼭 대포항이나 물치항에서 오징어회를 먹곤 했는데 오늘은 안될것 같다.

그뒤로 작년가을에 올랐던 중청 대청과 설악의 여러능선이 펼쳐진다.

그간 계속 탁트인 조망을 갈망했던 나는 원을 풀은 셈이다.

올여름엔 저 설악의 품에 2-3일 정도 푸욱 안겨야 하는데 기회가 오려나? 

  

 상봉엔 상고대도 보인다. 바위면에 꽃등심 같은 무늬도 생기고 나무에 물기가

얼어붙어 있는 모습이 참으로 오묘한게 신기하다.

  

 

상고대 와 상봉

 

반팔의 똘배

  

 

잠시 휴식을 하고 내려가려고 하니 밧줄이 묶여있는 4-5m의 암벽이 놓여 있다. 바닥에 물을 뿌린 것 같이 얼음판이다.

할 수 없이 아이젠을 꺼내어 차고 한사람 한사람씩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모습이 꽤나 위험스러워 보인다.

신선봉으로 가는 길목에 두세번의 밧줄이 더 있고 바위면은 말할 수 없이 미끄러워 산행시간이 꽤나 지체된다. 

풍경사진을 몇장 찍고 다른분에게 내사진도 부탁해본다. 

  

 

 

 

 

 

 폭설의 흔적

 

  

다시 신선봉으로 출발한다. 내리막길엔 아직도 한겨울의 폭설 흔적이 남아있다.

능선 하단부에서 단축된 등산로(마장터)로 내려가는 사람도 생긴다.

나는 예정등로로 오르기로 한다.

  

조그만 봉우리를 지나 너덜지대를 통과하자 저 앞에 너덜지대로 둘러 쌓인 신선봉이 보인다.

파란하늘과 어울어진 신선봉은 색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눈앞에 펼쳐지는 끝없는 경치가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든다.

  

바다와 속초. 고성시내 남으론 멀리 설악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뒤로 점봉산도 보인다.

북쪽으론 하얀눈을 덮어쓴 모습이 금강산 같다.

예전같이 못가보는 곳은 아니지만 아직도 자유의 땅은 아니니 실향민이 느끼는 감회는 우리와는 사뭇 틀릴것이다.

  

 

 중청봉.대청봉.울산바위.달마봉

 

 

모두 조망 좋은 곳에서 사진들을 찍고 또 자리잡고 식사도 한다.

평평한 자릴 찾아 컵라면에 물을 붓고 소주도 한잔한다.

주변에 가이드로 보이는 분이 있어 소주한잔을 권하니 극구 사양한다.

  

다른 일행들은 벌써 아래로 하산한다.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후미에 섞여 나도 내려간다.

 진창의 잡목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니 중간일행과 합류한다.

  

 

 

 

 이길이 아닌가벼 1..

 

 

 이길이 아닌가벼 2..

  

 

넓은 너덜길을 통과해서 한숨 돌리니 앞의 일행이 진행을 못하고 서있는데 아래로 향한 능선은 보이는데

선행한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한참을 토론을 하고 휴대폰을 하기도 했으나 연락이 안된다.

심지어 무전기를 들고 있는 가이드도 초행이라는 것이다.

럴수 럴수 이럴수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하산하기로 한다. 총 산행인원의 반수가 정상로에서 벗어난 것이다.

길없는 잡목숲을 헤치고 내려가느라 얇은 가을 바지를 입은 나는 따끔한 기분을 많이 느꼈다.

한참을 내려가다가 일행들이 다시 멈추어 있다.

  

능선으로 가자! 아니 오른쪽 계곡으로 가자! 하는 의견에서 우린 능선으로 가다가

계곡을 타고 가자고 합의를 하고 계속 내려간다.

시간은 3시 30분경 아직 해는 많이 남아 있어 그렇게 초조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만일 여름에 숲이 우거져 있거나 한두명이 떨어져 있다면 상황은 틀릴 것이다.

앞서 걷는 이들을 보니 대부분 바짓가랑이가 진흙 투성이고 미끌어진 사람은 엉덩이 까지 흙투성이다.

급경사를 내려오느라 내발목도 시큰거린다.

  

저앞에 물소리가 들린다. 선행자가 길이 있다고 외친다.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개울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때까지 리더팀과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간벌을 한 넓은 낙엽송 조림지대를 지나 삼거리에서 같이 타고 온 버스팀을 만났다.

우리를 한시간 이상 기다리다가 내려온다고 한다. 뒤에서 다른일행이 또 기다린다고 하자 연락을 해준다.

  

짓다만 통나무집이 있는 마장터에서 일행들은 간식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잠시후 먼저 일어선다. 집결지로 가는 길은 평탄하고 지리한 계곡으로 되어있다.

서둘러 내려오다가 갑자기 뒤에서 조심하라는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미끄러져 물로 넘어지는 사람이 있다.

다행이 다치진 않은 것 같다. 한 30분 정도를 더내려오니 군사교육장으로 보이는 곳을 지난다.

조금 더 가니 장애물훈련장이 보이고 깨끗한 개울이 보인다.

황태축제장 때문인지 한계리 방향의 차량이 정체되어 있다.

  

시간은 오후 5시.... 차가운 개울물에 화끈거리는 발을 씻으니 한결 개운해진다.

버스에 베낭을 내리고 한참을 기다리는데 가이드 2명이 길을 잘 못들어 다른 코스로 내려간다고 한다.

차에서 졸다 깨다 하며 시끄러워 깨보니 그때까지 안내려와 등산대장이 찾으러 간다고 한다.

  

이미 해는 떨어진지 오래되고 캄캄하다. 그양반들의 현상황이 상당히 어려울것 같다.

 8시경 등산대장과 가이드 한분이 내려서 그분들을 찾겠다고 해서 우리는 서울로 출발키로 한다.

다행이 오는길에 찾아서 만났다는 소식을 듣고 편안한마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가이드가 길을 잃었으면 우린 어떡하냐고..

복정역에 도착하니 새벽 한시다. 당일 산행을 약 20시간만에 돌아온 것이다.

이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면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