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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行이야기../전라도의 산..

<덕유산> 설국의 덕유산은 걸을수록 두려워지고..

by 山梨 똘배 2005. 12. 26.

산행일시: 2005년 12월 25일(성탄절)<10:00-15:20분>

산행장소: 덕유산 한자락

산행자:똘배 안내산악 따라서

 

 

산행글:

 

호남지역의 폭설 소식으로 많은 피해를 보았다고 하는 데 이 미련한 중생은

그눈을 보러 덕유산으로 향했으니.. 똘배!! 혼이 나도 싸지...

그간 심설 산행을 안해본 것도 아니지만 다시한번 겨울 산행에 대한 두려움과 경각심을

갖게 한 산행이 되었다.

 

 

며칠전부터 산행일정을 보다가 금요일에야 덕유산행을 결정했는 데 예약한 곳에서

토요일날 눈때문에 산행이 취소되었다는 연락이 온다.

눈을 보러 덕유산으로 향하는 데 눈이 온다고 산행을 취소한다고 하니 난감하다.

해서 다른 곳 대간구간을 한다는 생소한 산악회에 전화를 하니 마지 못해 오라고 한다.

지도를 살펴보니 그간 덕유산에 세번째 갔었지만 가보지 못한 코스라

기대가 되는 마음으로 양재동으로 출발한다.

 

일요일 이른 양재역 한 귀퉁이에서 얼굴을 때리는 싸래기눈을  추위에 떨면서 맞고 서있으려니

내가 왜 이짓을 하나 하고 생각도 해 본다. 조금있으니 버스에 오르고 10시에 덕유산 자락에

도착해 산행을 시작한다. 공교롭게 정규등산로가 아니란다.

 

등로를 따라 올라가는 데 처음 한 20센치 정도 쌓인 눈이 갈수록 많아진다.

 

위/ 들머리 출발..

 

 

위/ 계곡 옆을 오르다 한분이 얼음물에 빠지기도..

 

 

위/ 자연앞에 미미한 존재들..

 

 

위/ 사방이 눈. 눈. 눈..

 

 

위/ 적설량은 높이를 더해가고..

 

 

위/ 꿋꿋이 겨울을 나는 산죽을 지나기도..

 

 

눈 쌓인 개울을 좌.우로 번갈아 횡단해 가며 가는 데 미끄러워 개울물에 발이 빠진 분이 생긴다.

다행이 스패츠를 한 상태라 발에 물은 젖지 않은 듯하다.

고도를 높힐수록 쌓인눈도 같이 높아져만 간다.

얼굴의 땀을 닦은 손수건은 금방 흥건히 젖어 용도폐기가 되고 하나를 더 꺼낸다.

고도가 천이 넘어서자 얇은 상고대가 맞이한다.

 

바람은 잔잔하지만 능선위로 부는 바람이 마음을 움추리게 만든다.

산행시작 두시간 만에야 월성재에 도착한다.

오늘 산행 예상시간은 6시간 정도이고 월성재 삿갓재 동엽령을 거쳐 안성으로 떨어지는 코스다.

처음부터 후미에 속해서 쉬지 않고 꾸준히 걸었는 데 등로가 외길이라 좀처럼 선두와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명색이 대간팀인 데 쳐지지 않을려고 나름대로 부지런히 걷는다.

 

월성재의 바람은 올라올때의 바람소리가 무색할 정도로 거세다.

윈트자켓을 꺼내입고 잠시 숨을 고른 다음 삿갓봉으로 향한다.

월성재전가지의 등로는 편한 편이었다.

남쪽에서 부는 눈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시야는 흐려져 몇미터 밖에 보이지 않는다.

 

 

위/ 고도가 1000을 넘자 상고대가 맞이한다..

 

 

위/ 출발 두시간 만에야 월성재에 도착하고..

 

 

위/ 남덕유 방향에서 본 월성재..

 

 

위/ 삿갓재로 향하면서 본 월성재..

 

 

위/ 잿빛 세상..

 

 

게다가 진행할수록 발이 빠지고 앞사람 발자국을 조금 벗어나면 무릎까지 푹푹 발이 빠진다.

이미 아랫바지는 눈이 범벅이 되어 얼음이 붙어 있다.

조망을 기대하기도 글렀고 다만 바람만 잦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뭉쳐서 걷던 일행들도 점차 간격이 벌어 지더니 어느 순간엔가 혼자 걷고 있다.

뺨이 시려워 왼손으로 얼굴을 싸메고 간간히 카메라를 꺼내어 사진을 찍지만 렌즈에 습기가

차서 뿌옅게 보인다.

 

부실한 아침을 먹고 월성재에서 찬물 한모금 먹은게 다인 데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으니

다리에 힘도 빠지고 등로가 좁아 자주 넘어진다.

점점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 들어 무엇으로 요기라도 해야 하는 데 앉아서 먹을곳이 나오지를

않는다. 그렇다고 외길 등로에 앉아서 먹을 수도 없고 등로 옆의 쌓인 눈은 허벅지 까지 빠지니

난감하다.

 

13시가 다가오고 삿갓골대피소 2키로라는 이정목이 보인다.

13시 15분에 삿갓봉 하단부를 지난다. 이 상황에 삿갓봉에 오를 엄두도 나지 않을뿐 아니라

러쎌도 되어 있지 않다.

마침 바람에 날려 상대적으로 눈이 적게 있는 곳이 있어 낚시의자를 놓고 주져 앉는다.

배낭을 열어 따끈한 커피를 한잔 타고 초코바와 귤한개를 까서 먹으며 기력을 보충..

조금 나아지는 기분이지만 다리는 풀린 기분이다.

 

많은 눈을 보고자 선택한 덕유산!! 처음에 멋지던 눈과 상고대는 이제 점점 힘들어지고 빨리

산행을 끝내고 싶어지는 마음이다.

조금만 더가면 삿갓재 대피소니 그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출발한다.

이곳부터 아마 지금까지 걸어온 등로중 눈이 제일 많은 곳 같다.

앞사람의 발자국을 잘 마추워야지 아니면 허벅지까지 빠진다.

 

발목이 안쪽으로 휘어져 발이 풀리니 자연히 넘어지고 엉덩이 미끄럼도 타게 된다.

대피소 500미터 이정목이 보였는 데 한참을 가도 대피소는 나오지를 않고 다만 능선 우측

사면을 타서 바람은 잦아든 상태이다.

13시 35분에 인적없는 힘겹게 대피소에 도착을 하여 뒷편의 취사장에 들어가니 먼저온 선두조가

와있고 힘들게 짊어지고 온 따듯한 도시락의 밥을 먹는다.

 

 

 

 

위/ 구조표지목도 눈에 덮히고..

 

 

위/ 눈사면에 바람을 피하며 걷는..

 

 

위/ 상고대도 이젠 멋지게 보이지 않네요..

 

 

위/ 힘겹게 가고 있는..

 

 

위/ 대피소 2키로.. 반갑네요..

 

 

 

 

위/ 무엇을 찾으러 이곳에 왔는 지..

 

 

위/ 낭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위/ 눈이 참 많이도 왔습니다..

 

 

위/ 나무들도 온몸으로 힘겹게 버텨내고..

 

 

위/ 눈폭탄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위/ 정말로 대단한 눈입니다.

 

 

위/ 앞에 가시는 저분도 많이 넘어졌지만 저도..

 

 

위/ 썰렁하지만 반가운 삿갓재 대피소..

 

 

식사와 반주 몇잔을 40여분간을 하는 사이 산행대장이 무선 통화를 하더니 탈출 결정을 한다.

이제 반을 온 상태인 데 목표대로 한다면 어두워질 것이고 안전도 위험을 받을거라고 하니

누구도 이의를 제기치 않는다. 물론 나도 굿이다~

 

긴장했던 마음이 좀 느긋해 진다.

후미 산행대장에게 인사를 하고 천천히 내려간다.

계곡이라 바람도 적고 시간도 널널하니 카메라를 꺼내어 사진을 찍으며 내려간다.

한분이 올라 오는 데 대피소가 얼마 남았고 또 등로 상태를 묻는다.

한 15분 올라야 한다고 하니 잠시 머뭇거린다. 그사이 내려가다가 엉덩방아를 찧고 아이젠을

꺼내어 낀다.

 

 

위/ 삿갓재에서 황점으로 가는 계단..

 

 

 

 

위/ 딱따구리 흔적입니까?

 

 

위/ 계곡의 풍경..

 

 

위/ 능선 방향은 아직도 눈보라와 큰 바람소리가..

 

 

위/ 조용히 겨울을 견디는 산죽..

 

 

위/ 연리목인가요? 올라가다가 붙었습니다..

 

 

위/ 산죽이 있는 등로..

 

 

 

 

 

 

위/ 거의 다 내려왔네요..

 

 

위/ 내려온 곳을 뒤돌아 보며..

 

 

 

 

위/ 남덕유산 방향..

 

 

 

 

 

 

위/ 마을의 사당..

 

 

눈쌓인 계곡의 풍경을 음미하며 황점에 도착하자 15시 20분..

한 30분후에 안성에서 대기하던 버스가 도착해 따끈한 구물에 밥한덩이 넣어 먹고 서울로

향한다.

남녁에서는 폭설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은 데 조금은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찾아간 덕유산..

 

오랫만에 긴시간은 아니지만 눈속에 빠졌던 하루였다.

처음에 반가운 마음으로 올랐던 등로가 점점 많이 쌓여져 있는 등로를 걸으면서 또한 눈보라가

치고 시야가 흐려지는 상태에서 눈을 즐기는 산행 보다는 위험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산행이 끝난후에 알았지만 월성재에서 삿갓재 대피소까지는 함께한 선두조가 러쎌을 하면서

길을 내었다고 한다. 경험 많은 분들이 길을 내줘서 상대적으로 수월했는 데 소수의 인원으로

그상황이라면 매우 어려운 상황까지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올 한해동안 일요일 마다 산으로 향했다.

아직은 초보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산행이었지만 산으로 향할수록 나름대로 조금씩 산에 대한

겸허한 마음을 가지고 올라야 하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누구나 산에서 사고를 당하려고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자연은 사람들에게 보상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많은 것을 베푼다.

하지만 한없이 푸근하게 맞아주지만 않는다는 것을 느낀 산행이었다.

 

 

 

허접 산행 보아주시어 감사드립니다.

여러 산님들 새해에는 즐산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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