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山行이야기../전라도의 산..

덕유산 / 폭설 일주일 후..

by 山梨 똘배 2005. 9. 17.

산행일시 : 2004. 2. 15일(일요일) 10:50분 - 17:10 (6시간20분 산행)

산행코스 : 덕유산 (안성매표소 - 동엽령 - 중봉 - 향적봉 - 백련사 - 삼공매표소)

산행인원 : 똘배 혼자 (안내산행 5회차)

 

산행기 :

 

지리적인 요건으로 겨울에 적설량이 제일 많다는 덕유산..

겨울 당일 산행을 몇번 다녀왔지만 눈에 대한 갈증은 끝이 없다.

지난주 70센치의 많은 눈 때문에 통제되어 못갔던 곳을 늦었지만 오늘 가게 되었다. 

친구와 1박2일로 덕유종주를 꿈꿔왔건만 친구의 사정으로 올해는 아마도 겨울 덕유종주는 다음 겨울로 미뤄야 할것 같다.

 

 

(오전7시경의 양재 구민회관 앞 - 등산객들)

 

 

양재역에서 버스를 타고 꾸벅 꾸벅 졸면서 죽암휴게소를 거쳐 안성면에 10시 40분에 도착한다.

들머리 등산로를 보니 얼어있어 일행들은 아이젠을 차고 동엽령으로 올라간다.

매표소쪽을 쳐다보니 그사이 버스 몇대가 도착해 등산객들이 쏟아져 나온다.

 

 

한적한 등산을 좋아하는 나는 그 일행들과 합쳐질까봐 서둘러 올라 가지만 눈길에 아이젠을 찬 상태라 속도는 나지 않는다. 

계곡의 눈은 잔설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이 있어 지난주의 폭설을 짐작케 한다.

다만 처음온 하아얀 눈이 아니라 조금은 아쉽다.

 

길 중간에 다른산악회 일행이 쉬고있다. 우리 보다 먼저온 등산객들도 줄을 이어 계속오르고들 있다.

한적한 산행은 애시당초 글른 것 같다. 폭설로 인해 외길로 러셀된 등산로는 내게 쉴수있는 공간을 주지 않는다.

 

건장한 젊은 친구 세명이 내려 오는 데 장비로 보아서 아마 삿갓재나 향적봉에서 1박을 하고 내려오는것 같다.

작년 9월 지리산종주 때가 생각난다. 처음으로 내게 산의 참맛을 주었던 산행..

나도 언제 덕유산에서 하룻밤을 지내겠지 하며 생각한다.

오름길은 지리하게 이어진다. 한 7부 능선쯤 되는것 같다.

 

 

(동엽령을 향해)

 

 

갑자기 큰 바람소리가 들린다.

앞의 다른산악회 가이드의 무전기에서 동엽령인데 바람이 상당히 세다는 소리가 들린다.

소백산 칼바람이 생각난다. 설마 그때 같지는 않겠지?

 

지리한 행군은 계속되고 우리 일행도 흩어져서 잘 보이지가 않는다.

저앞에 파란하늘의 능선이 보이기 시작하고 조금더 오르니 멀리 동엽령으로 보이는 곳에 몇명의 등산객도 보인다.

바람과의 전투준비다. 배낭에서 윈드자켓을 꺼내어 입고 오른다.

몇번의 겨울산행으로 얻은 노하우다. 지금 춥지않다고 정상에서 얼은손으로 자켓을 꺼내 입기도 쉽지 않고 또 추위도

엄청느끼기 때문이다. 여기 바람도 장난은 아닌것 같다.

 

 

(동엽령)

 

(앞에 중봉과 철탑쪽이 향적봉)

 

(남쪽으로 이어진 장쾌한 연봉들)

 

 

정상에 오르니 바로 밑에 등산객들이 모여있다.

식사도 하고 간식들도 먹는다.

 

오늘은 어느정도 날씨가 화창해 저멀리 앞쪽에 끝없는 산들로 펼쳐진다.

무슨산인지는 모르지만 아마 지리산 천왕봉도 보일것 같다. 지난 9월 지리산 2박때 노고단에서 덕유산을 희미하게 본적이 있다.

운무사이로 보였던 덕유산을 6개월 만에 오른것이다. 그때의 감회가 새롭다.

 

선두 가이드분이 보인다. 밤빵을 하나 사양에도 불구하고 주신다.

서로 사진 한컷씩을 찍고 한없이 펼처진 산들을 조망한다.

산행경력이 별로 없어 멀리 보이는 산들의 정확한 명칭을 모르지만 경력이 쌓이면 언젠가는 알수있겠지 하며 생각한다.

가끔 다른분 산행기를 보면 여러산의 이름을 백과사전 같이 아는 분들이 계신다. 대간이나 정맥을 타는 분들이실 것 같다.

바람이 많이 불어 더 지체하기도 그렇고 해서 저앞에 멀리 보이는 중봉쪽으로 향하여 서두른다.

탁트인 날씨라 계속 이어진 행렬이 보인다.

 

 

(폭설의 흔적)

 

 

(고지가 바로 저긴데)

 

 

바로 앞에 보이는것 같은데 좀처럼 중봉은 가까와지지 않는것 같다.

외길이기 때문에 향적봉에서 내려오는 등산객과 겹쳐 속도가 나지 않는다.

실수로 옆쪽을 밟으면 허벅지까지 빠져 진행할 수가 없는것이다. 이런 많은 눈은 평생처음인것 같다.

눈이 오고 바로 밟는 기분은 아니지만 그래도 색다른 기분이다. 아이젠을 하고도 내리막에서는 미끄러진다.

 

가뿐숨을 몰아쉬고 서서 올라온 뒤를 쳐다보니 끝없는 행렬이 이어진다.

참 많은 인파다.

 

송계사삼거리다. 여기가 아마 덕유평전인것 같다. 백암봉 표지석이 보이고 송계사 삼거리 표시도 보인다.

 

 

 

 

(에고! 힘들어...)

 

(남덕유 방향)

 

 

허기감이 들어 양갱이를 하나먹고 철탑옆에 있는 중봉으로 향한다.

 

 

 

 

조금 내려가니 운치있는 주목과 고사목이 보인다. 사진 몇장을 찍고 눈길을 한참을 걸어간다.

 

 

 

 

 

워낙 많은 눈이 와서인지 양지쪽도 다져진 등산로는 녹지 않았다.

 

유난히 파란하늘 때문에 기분은 한껏 상쾌해진다.

코발트색이라고 표현하면 맞을까? 파란하늘 아래 끝없이 이어진 등산행렬은 정말로 장관이다.

 

계속해서 카메라를 열어놓고 찍어댄다.

반대편에서 오는 등산객 때문에 한시간 이상이 늦어졌지만 안찍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저앞에 향적봉 대피소가 보인다. 새까만 인파에 덮혀있는..

뮬라뮤튼지 하는 송아지 만한 개도 두마리가 보인다. 눈위에 있으니 그 개도 더 멋져 보이는것 같다.

 

그많은 사람이 식사를 하고 있어 공간조차 없어 바로 향적봉으로 오른다.

선두 가이드분이 나를 보자 소주한잔을 권한다.

여기까지 오면서 물한모금 먹지 않은 상태라 소주가 사이다 처럼 시원하다.

전망하기 편하게 조망 그림판을 보니 가야산 백운산 저멀리 지리 천왕봉까지 보인다.

방향을 바꾸어 보니 설천지구쪽의 스키타는 인파도 보인다.

 

 

 

 

많은 인파 사이로 백련사쪽이 보이는 자리를 찾아 앉는다.

컵라면에 물을 붓고 김밥.소주와 김치를 꺼내어 맛있게 먹는다.

 

옆에 같은 버스를 타고온 한분이 보여 소주한잔을 권하니 녹차로 응답한다.

입이 촌스러워 녹차를 사양하고 커피를 한잔 하니 느긋해진다.

소주 반병 정도를 하니 취기가 약간 오른다. 앞의 연세드신 다른 일행중 한분이 음식을 권하지만 배속은 이미 만땅 .. 노땡큐다..

 

급한 내리막길이라 스틱을 두개 펴서 내려가기 시작한다.

시간은 14:30분.. 삼공리에서 지금도 숨을 몰아 쉬며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다.

무릎까지 깊게 파인 등산로는 여간 미끄러운게 아니다.

한참을 양쪽 스틱에 의존해 균형을 잡고 내려가선지 등쪽에 땀이난다. 

무릎도 약간 뻐근한 감이 있다. 아이젠을 오르막부터 한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겨우살이 군락)

 

 

백련사가 저 앞에 보인다.

사찰 전경사진을 찍고 탱화를 보니 내용이 아마도 지옥과 천당을 묘사해 놓은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것이

지옥에 들어가는 중생을 보고 부처님(?)이 슬퍼하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보습이다.

 

 

(백련사)

 

 

 

조금 내려가니 표지판이 보이는데 거의 다온줄 알았는데 삼공리 까지 아직도 5.6키로가 남았다.

아직도 한시간 이상을 더 가야할 것 같은데 다리가 뻐근하다.

계곡길을 따라 계속 내려온다. 여름에 오면 참 좋을것 같은 생각이 든다.

부지런히 걷는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꼴지를 면해야 하는데 젊은놈이 망신 당하면 안되지.  

 

덕유산 휴게소 가게가 보이고 마지막 스퍼트를 해본다. 눈길도 이제 끝나 아니젠을 벋고 속도를 내본다 .

 

드디어 삼공리 주차장 시간은 17시 10분.. 총 6시간 20분의 산행마감이다.

신록이 푸르를 때 1박종주를 한번 와야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