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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行이야기../설악산..

가을의 문턱에서.. / 미시령-황철봉-마등령-백담사

by 山梨 똘배 2005. 9. 26.

산행일시 : 2005년 9월 25일 <03:00 - 14:00 / 11시간 산에서>

산행장소 : 미시령 - 황철봉 - 저항령 - 마등령 - 오세암 - 망경대 - 영시암 - 백담사

산행인원 : 똘배와 대발 



위/ 산행중의 초가을 단풍..

 


위/ 마등령 직전 너덜지대에서 보는 황철봉의 운무..

 

 

산행전 :

 

지난번 우연히 백두대간 1구간 미시령 진부령을 다녀왔다.

대간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개별적으로 가기엔 힘들것 같아서이다.

이번에 2회구간으로 미시령에서 마등령을 잇는 대간 2구간이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구간도 입산금지구간이다.

유독이 설악산구간이 금지된 지역이 많은 것 같다.

작년부터 설악산은 여러구간을 다녔지만 아직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다.

 

자연휴식년제 또는 위험해서 통제되는 지역 등등..

마땅히 가지 말아야 하겠지만 금단의 땅이니 만큼 유혹은 더 강해지는 것 같다.

더군다나 대간을 했던 선답자들이라면 모두 통과했던 구간이다.

마음한켠에 떳떳치 못함과 가보고 싶은 욕망이 싸움을 하는 데..

 

버스를 타고 미시령으로 향하는 데 다른 때와 달리 한숨을 자지 못한다.

새벽 1시가 넘어 내설악 휴게소에 도착해 황태해장국으로 대발과 이른 아침을 먹는다.

입맛이 없지만 산에서 10시간이상을 씨름을 해야하니 어쩔수 없이 배속에 넣어둔다.

칠흑같은 미시령에 버스는 도착한다.

 

 


위/ 02시 휴게소 풍경..

 

 

산행기 :

 

03시에 죄짓는 마음으로 철조망 개구멍을 통해 침투한다.

들어서자마자 좁은등로의 물먹은 풀들은 살갖을 스친다.

오로지 해드랜턴이 희미하게 비춰주는 한정된 발밑만 보고 뒤따른다.

조금 고도가 높아지자 뒤로 불켜진 미시령휴게소가 눈에 들어온다.

 

모두 잠들은 이시간에 내가 왜 여기에 있는건가?

대간을 한다는 사명감?  이건 아닐거고 그렀다면? 해답을 찾을수 없다.

산으로 향하는 반복적인 행동.. 아직도 알수가 없다. 그냥 산이 좋다는 것 외에는..

 

좁은 등로지만 다져진 등로는 확연한데 한참을 가다가 선두가 정지를 외친다.

길이 급히 아래로 떨어져 끊어졌다는 것이다.

잠시 쉬면서 동쪽을 보니 속초시내의 불빛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행대장들은 이리저리 길을 찾고 20여분을 헤매다 진행방향으로 그냥 진행한다.

아마 선두가 갑자기 아래로 떨어지니 길이 아닌줄 알았던 모양이다.

 

이후로도 서너번은 잠깐씩의 알바를 한다.

운무가 짙은 날씨라 몇미터 앞의 시야도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먼저 와본 분들도 대부분 밤에 이구간을 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너덜길을 오를때 유난히 무릎때문에 조심을 한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니 오로지 남쪽으로 갈뿐 오로지 어둠뿐이다.

 

중간에 다시 길을 잊어 서로 부르고 우왕좌왕 하는끝에 후미조에서 선두조가 되었다.

먼저 출발한 다른 산악회의 꼬리를 잡은 것이다.

이제 부터는 등로 찾을 일없이 앞의 분들만 따라간다.

 

반대편에서 홀로 오는 한분을 만난다. 초췌한 행색의 그분은 미시령까지 얼마나 남았냐고 묻는다. 

온몸은 물기에 젖고 기운도 없어 보인다. 한계령에서 단독으로 이리도 오신다고 한다.

여럿이 가도 힘든길을 혼자 야간에.. 나같으면엄두도 못낼일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날씨가 심하게 흐렸지만 새벽은 오고 있었다.

희미한 등로가 랜턴을 꺼도 걸을만 하게 되었다.

작년만해도 설악산에 오면 날씨가 참 좋았는 데 요즘은 오기만 하면 흐린다.

지난번 공룡능선때 그리고 서북능선때가 모두 그랬다.

 

가느다란 이슬이 계속 내리지만 그래도 비가 오지 않는것이 천만 다행이다.

애꿎은 대발에게 날씨 좋다고 했다며라고 푸념을 한다.

 

06시 5분에 황철봉에 도착한다. 정상석도 없고 사방은 암봉과 온통 너덜지대뿐..

서북능선의 귀때기청봉에서의 너덜과 흡사하다.

산정상에 작지 않은 크기의 바위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의아할 뿐이다.

간식을 먹은후 천천히 진행한다.

 

 


위/ 황철봉에서의 휴식..

 

 


위/ 너덜을 오르는..

 

 


위/ 짙은 문무속.. 분위기가 썰렁..

 

 


위/ 해가 나오나 했더니 이내 들어갑니다.

 

 

 

여전히 사방에 보이는건 너덜지대 뿐이다. 아까보단 바위의 크기들이 좀 적어졌을 뿐이다.

먼하늘을 보니 가끔 파란색의 하늘이 조금 열리지만 조금 진행하면 금방 운무로 휩쌓인다.

저항령 못미쳐 너덜길을 오르다가 잠시 휴식을 하며 대발과 캔맥주를 하나 나누어 먹고는 다시 오른다.

 

정상엔 운무가 약간 엷어져 산마루금이 희미하게 보일뿐 조망이 없다.

일행과 떨어져 대발과 둘이만 호젓하게 걷는다.

너덜길을 지나면 바위 등로가 나오고 앞서 걸어간 분들이 흙을 뭍히고 또 물기가 젖어

바짓가랭이며 손은 흙이 범벅이다.

 

한참을 내려가니 안부가 나오는 데 일행들이 모여있다.

저항령이다. 그들이 먼저 떠나고 무릎에 파스를 뿌린후에 뒤따른다.

오르는 등로는 작은돌의 너덜이 다시 나온다. 바위 돌.. 지겨운 너덜길의 연속이다.

 

너덜이 많아 척박해 그런 지 들꽃들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산부추. 산오이풀. 투구꽃이 간혹 보일 뿐이다.

대신 아직은 이르지만 가끔 단풍나무가 홍조를 띄며 맞아준다.

9월말부터 설악산에서 단풍이 남하한다고 했는 데 아직은 이른 것 같다.

 

 


위/ 시계제로..

 

 


위/ 위로 위로..

 

 


위/ 등로상의 이른 단풍..

 

 


위/ 마등령 직전 봉우리의 작은 돌들로 이뤄진 너덜..

 

 


위/ 너덜 바위에 붙은 이끼류의 다양한 모습..

 

 

희미한 운무속에 거대한 너덜지대가 앞을 막고 서있다. 정상부는 보이지도 않고 한걸음 한걸음 발을 옮길뿐이다.

작은 돌들이라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보인다. 시간은 9시가 되었다.

출발후 6시간.. 갑자기 허기가 진다.

바람이 별로 불지 않는 등로옆 돌무더기 안에서 아침상을 편다.

 

도시락에 프라스틱소주 하나를 나누어 먹고 있는 데 여성 한분이 지나다가 합석을 한다.

같이 식사를 한후에 일어서려고 하는 데 대발이가 뒤를 보라고 한다.

순식간에 운무가 걷히며 황철봉이 열리고 있다.

감탄사를 연호하며 사진을 찍는다.

여태껏 6시간 동안을 오리무중 운무속을 해메었는 데 운무와 노닐고 있는 황철봉의 모습이 장관이다.

 

뚝 떨어진 저항령을 가늠해 본다.

구비구비 굴곡진 산을 보이는 것도 없이 넘어왔다고 생각하니 대견한 마음에 흡족하다.

서둘러 정리를 하고 봉우리에 올라 한참을 멍하니 구경한다.

이내 운무의 향연이 끝나고 황철봉은 다시 덮혀 버린다.

 

 


위/ 황철봉의 운무1..

 

 


위/ 2..

 


위/ 3..

 

 


위/ 4.. 마치 한폭의 동양화..

 

 


위/ 5..

 

 

정상에서 식사를 하는 일행들과 헤어져 09시 40분에 마등령으로 향한다.

09시 53분에 마등령(1,320m)에 도착한다.

다른 산악회 일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곳에서 좌측은 비선대 설악동 방향이고 우측으로 향하면 오세암과 공룡능선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10시에 마등령 안부에 도착해 친근한 독수리상을 확인하고 오세암 방향으로 향한다.

오세암 1.4km라고 표기되어 있다.

 

 


위/ 비선대로 향하는 산님들..

 

 


위/ 아래 비선대 방향..

 

 


위/ 마등령안부의 독수리..

 

 

10시 5분 오세암으로 출발한다.

이곳의 등로는 대체적으로 흙으로 되어있지만 경사가 상당히 급하다.

두개의 스틱으로 네발로 천천히 내려간다.

10시 42분에 금강소나무 군락들이 많이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도착한다.

 

일행 두분이 경치감상을 조망하다가 자리를 양보해준다.

이쪽방향은 운무가 걷히고 파란하늘이 보이는게 햇살 비춰지는 풍경이 멋지다.

왼쪽 낭떨어지 아래로 가까스로 폭포가 보이는 데 내려가보고 싶지만 길도 험하고 시간적으로도 힘들것 같다.

아마 오세폭포인 것 같다.

 

바위 맨 끝부분에 앉아 한참을 구경하다가 다시 출발한다.

11시 19분 오세암에 도착한다.

식사를 하시는 산님들이 보이고 불교신자인 대발이가 한잔에 1,000원 하는 커피를 두잔사고 보시함에 커피값을 넣는다.

땀흘린 다음의 따끈한 커피가 맛있다. 산에서도 속인의 버릇은 어쩔 수 없는 듯~

 

 


위/ 운무가 걷히고..

 

 


위/ 아마 오세폭포인 듯..

 



위/ 파란 하늘..

 

 


위/ 바위끝의 구절초..

 

 


위/ 마치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을 닮은 정겨운 바위..

 

 


위/ 독수리 머리 같기도 한..

 

 


위/ 멀리 귀때귀청봉이..

 

 


위/ 오세암과 하늘..

 

 

작년에 이곳을 지났지만 가보지 못한 망경대로 오른다. 오세암에서 약 15분 소요된다.

망경대에선 오세암의 전경이 한눈에 보이고 공룡과 용아능선 그리고 위로 서북능선의

귀때기청봉. 중청 대청봉이 보인다.

가히 이름처럼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위/ 공룡능선..

 

 


위/ 산이..

 

 


위/용아능선..

 

 


위/ 쑥부쟁이..

 

 


위/ 용아능선과 위로 중청. 대청봉이 구름에..

 

 


위/ 망경대에서 본 오세암 전경..

 

 


위/ 용아능선과 가야동계곡..

 

 


위/ 맨꼭대기에 귀때기청봉..

 

 

12시가 넘어서 일어선다.

다른 분들은 망경대를 거치지 않고 간분들도 있어 서둘러 하산한다.

내려오다가 좌측 수렴동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에 도착하니 인파가 엄청 많다.

한아주머니 말씀을 들으니 봉정암에서 3,200명이 잤다고 하면서 아침 6시에 봉정암을

출발했는 데 등로가 밀려 지금 온다고 한다.

 

아직 본격적인 단풍철도 아닌 데 이런 인파는 처음 본다. 아마 봉정암에서 무슨 행사가 있었는 지..

12시 48분에 아직도 중창불사중인 영시암을 지나친다. 한가하면 물이라도 한모금하고 갈텐데 복잡하다.

 

산님들이 사찰에서 나누어주는 감자를 하나씩 잡숫고 있다.

작년 이곳을 거쳐 내려갈때는 떡을 얻어 먹고 내려갔었다.

한산길은 에상대로 많이 붐빈다. 양해를 구하고 여러차례 추월을 한다.

 

 


위/ 불사중인 영시암..

 

 

백담사 1km전 지점에 더러운 바지 때문에 개울가로 향한다.

원래 개울가에서 씻지도 못하게 한다고 하지만 온몸이 땀에 절고 옷까지 꼴불견이니

어쩔수 없이 탁족이라도 할려는 것이다.

자갈을 밟는데 1m 앞에 독사한마리가 스르르 도망간다.

 

배낭을 풀고 세수를 하다가 시원한 물을 보니 견물생심이라고 세수만 할수가 없어

잠깐(?) 물에 들어갔다가 옷을 갈아 입으니 한숨 자지 못하고 10시간 이상 산행을 했는 데도  개운해진다.

대발에게 우리 겨울에도 이거(?) 하자 했더니 손사래를 친다.

 

백담사에 도착하니 버스를 타려고 선 행열이 300m는 족히 되어 보인다.

그렀다고 이상태에서 7km를 걸어갈수도 없고 거의 1시간 30분을 기다려 버스를 타고

용대리에 도착하니 기다리던 일행들이 무안하게 박수를 쳐준다.

다행(?)이 우리보다 여성산님이 한분 도착을 하지 않았단다.

준비된 따끈한 미역국에 밥한술과 이슬이 두어잔을 먹고 있으니 마지막 일행이 도착한다..

 

 

산행후기 :

 

한숨 자지 못하고 새벽 3시 부터 14시까지 근 11시간을 산행했다.

처음 미시령의 이슬비내리는 칠흑같은 어둠의 등로를 오르기 시작해

마등령 부근 부터 하늘이 거치고 오세암 부터는 화창한 날씨였다.

 

비록 내림길에 무릎통증 때문에 힘들었고 내세우기 떳떳하지 못한 산행이었지만

그간 가보고 싶었던 한구간을 다녀오니 무릎은 뻐근해도 마음은 개운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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