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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行이야기../설악산..

처음 오른 공룡능선.. / 설악동-양폭-중청-공룡능선-마등령-설악동

by 山梨 똘배 2005. 9. 20.

산행일시 : 2003년 10월 14. 15일(1박2일)
산행코스 : 설악산 / 설악동-비선대-양폭산장-희운각-중청(1박)-대청-중청-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설악동
산행인원 : 2명 (똘배와 친구 대발)

 

 

지리산 2박 3일 종주이후 벽소령대피소에서 산꾼 어르신의 말대로 공룡능선 산행길에 올랐다.

많은 산행기와 사진을 통해 사전 공부는 했지만 그래도 약간은 두려움반 설레임 반이다.
군포에 사는 대발이가 14일 새벽 3시30분에 분당으로 왔다.

게슴치레한 눈을 비비고 미리 준비한 배낭을 메고.. 같이 못가 미안한 집사람 몰래 집을 빠져 나온다.

 

컴컴하고 쓸쓸한 길을 내달려 양평휴게소에 잠깐 들른다.
교대운전을하며 홍천을 지나 한계리에 다다르니 1년만에 보는 예쁜 단풍이 눈에 띈다.

설악단풍은 이미 정점을 지났지만 그래도 산아래의 단풍색은 아침이지만 눈이 부시다.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하니 경찰관이 주차를 못하게 한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본 여명

 

 

커피를 한잔먹고 목적지인 설악동으로 간다. 벌써 많은 인파가 모여있다.
캔싱턴 호텔 앞에 주차를 시키고 (1박 주차비12,000원) 모든 준비를 마친 후에 비선대로 출발한다.

인천에서 온 중학교 수학여행단과 부딪히며 가는데 속도를 낼수가 없다.
날씨는 조금 흐려 있는 상태.. 지리산 때보다는 약간 배낭무게를 줄여 15kg이 채 안된다.
어깨 무게가 지리산 때 보다 한결 나은 것 같다.

 

학생들과 섞여 한참 만에야 비선대에 도착하니 계곡건너 까마득한 암벽에 붙어 절벽을 타고 있는사람들이 보였다.

아! 쳐다 보기도 높은 위치에 검은 점만한 사람.. 감탄이 절로 나온다.

더 이상 수학여행 온 학생들은 없다.  아마 비선대 까지만 올라오는 것 같다.
등짝에 슬슬 땀이 베는 기분이다. 내려오는 등반객이 제법 많다.


대부분 대청에서 혹은 희운각.  소청에서 내려오는 사람일 것이다.

계곡에 휴식하는 사람이 많다. 간식을 꺼내 먹고 사진도 몇장 찍어본다.
출발 때 보다 날씨가 더 흐려진다.  양폭대피소에 도착하니 인파가 꽤나 많다.


사진에서 볼 때 보다 양폭대피소는 더 허름한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운치도 있다. 많은 등반객들이 이곳을 거쳐 갔을 것이다.

조금씩 비가와서 매점 앞에 천막을 쳐놓았다.

자리 나길 기다려 우리도 컵라면을 사고 김밥 캔맥주도 한잔씩 했다.
산에서 먹는 음식은.. 항상  아무리 하찮더라도 맛은 진수성찬이나 진배없다.
갑자기 돌풍이 불면서 천막기둥 하나가 넘어진다.
아예 직원이 천막을 걷어버린다.


천불동 계곡의 단풍은 아직도 절정때 못지 않은 것 같다.
기기묘묘한 암벽 바위사이로 보이는 형형색색의 단풍은 가히 천하절경이다.
넋이 빠져 보고 있다가 사진 몇장 찍고 다시 출발한다.


 

 

 

                                                                                          천불동의 가을

 

 

등산과 하산인원이 겹쳐 좁은길이 많이 복잡하다.
바쁠 것 없는 우리는 경치구경 사람구경 눈이 마냥 즐겁다.

위에서 수녀님 두분이 내려온다. 뒷모습이  왠지 쓸쓸해보인다. 나만의 생각일까?
뒤에서 사진 한 장을 찍어본다. 어디서 내려오시는 걸까?


 

 

                                                                                     천불동의 수녀님

 

 

계단을 계속오른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던가?
까까지른 듯 한 절벽과 흙한줌 없는 통로와 같은 바위사이로 흐르는 옥수 같은 물....

우린 스틱 두 개씩을 갖고 걸었다.  딴분들이 우리 보고 스키타는 것 같다고 한다.


어느덧 계단 길도 끝이나고 가파른 언덕이 나온다.
아마 여기가 무너미고개 가는 곳인가 보다 하고 숨을 헐떡인다.
갑자기 비가 많이 떨어진다.우린 배낭에서 판쵸우의를 꺼내어 뒤집어 쓴다.

하산하는 등산객들이 추워서 오들오들 떤다.
대청에서 내려오는데 눈발이 날리고 너무 추워서 손이 곱아 식사도 제대로 못했다고 한다.

아무리 변화무쌍한 고산지대라도 설마 눈이? 하며 걷는다.

 

드디어 무너미 고개 정상.. 올라오는 길이 참 가파르고 길다.

정상 바위에 앉아 목을 축이는데 이런.. 

풀어논 메트리스가 바람에 날려 아래로 떨어진다.
쳐다 보니 엄청 가파르다. 포기할까 하다가 한참 우회하여 가져온다.

바람이 많이 불어 모자를 푹눌러 쓴다.

                                                                                    

희운각 대피소에 도착하니 여러 등반객이 있었다.

대청에서 내려온 사람이 잠잘 곳을 찾는데 이미 꽉차고 천막만 남았다고 한다.
천막에 가보니 잘 때 엄청 추울 것 같다. 그래도 바람을 막아주니 좀 낫겠지..

 

우린 중청에 예약이 되어 있어 마음이 푸근했다.
또다시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찬바람이 더 부는 것 같다.

대청에서 하산하는 등반객들이 희운각에 잠잘곳 있냐고 자꾸 묻는다.

중청휴게소엔 이미 꽉찬 상태라고 한다.
지금시간에 설악동까지 가기엔 좀 늦은 시간이라고 한다.

 

드디어 소청..
진짜 눈발도 조금 날리고 완전히 겨울 삭풍이다. 얇은 장갑을 끼었지만 손도 시려워 비벼본다.

10월 중순에 설마 이렇게 까지 추울 줄은 몰랐다. 자켓의 모자를 꺼내어 단단히 싸메니 조금 났다.

 

하산하는 분이 또 묻는다. 상황 예기를 하니 소청대피소로 간다고 한다.
소청갔다가 잘때가 없으면 다시 희운각으로 간다고 한다.

바람이 너무 강해 고개를 들 수 가 없다.

저앞에 오늘의 목적지인 중청대피소가 보이고 또 그위로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도 보인다.

 

대피소 앞에서 젊은 친구를 만났는데 서북능선으로 올라왔다고 하는데
대피소에 예약을 못하였다고  걱정한다.
우리에게 마침 여분자리 한명이 있다고 하니 무척이나 고맙다고 한다.

(예약을 3명 하였는데 한친구가 마지막에 펑크냄)


방을 배정 받고 취사장에 내려가 밥을하여 소주와 식사를 한다.

겨울이라 식수를 공수하여 쓰는것 같다.
식수외엔 씻을 물도 없고 또 추워서 물이 있어도 씻을 형편도 안되었다.
방에 들어가니 히타를 켰는지 훈훈하다.


그런데 산악회에서 온 일행이 방안에서 라면도 끓이고 냄새풍기며 술도 먹는다.
나이도 지긋한 분들이 또 산에도 꽤나 다닌분 같은데 꼭 저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허긴 우리도 잠자는 곳은 아니지만 대발이가 지리산에서 다른 사람 먹던
삼겹살 대신 항정살을 사왔는데 내일 먹어야 하는데 상할까봐 밖의 계단 밑에 숨겨 놓는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더니 11시 정도 에 잠이 깨었다.


집에 전화하려고 공중전화로 가니 계속 붙들고 있다. 대피소 바닥에서도 몇사람이 자는 것 같다.

앞마당에서 속초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시보다 크기가 몇배나 되보이는 큼지막한 별들...
매일 밤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도대체 얼마 만에 보는 것인가. 갑자기 우울한 생각이 든다.

무엇이 그렇게 바쁘다고 하늘 한번 제대로 못 보면서 사는지...


춥다.. 집에 전화를 하니 집사람이 걱정했는지 반기는 목소리다. 

잠자리에 들어 잠을 청해본다. 주위의 소란한 소리에 깨어보니 새벽이었다.

한 4시경인데 대청 일출을 보러 올라가려는 것 같다.
우리는 게으름을 피우며 조금더 누워 있는다.

잠시 후에 우리도 일어나 준비한다. 배낭은 놔두고 카메라만 가져간다.


정상 5분전... 갑자기 와! 하는 함성이 들린다.
아쉽게 정상에 올라가니 해는 벌써 불쑥 튀어 올라있다.
이런! 게으름을 피더니 여기와서 일출도 못보다니...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더니..

 

사방의 주변을 조망한다. 아래의 속초시내.  저 앞의 바다...
수평선 위로 구름의 모습이 아름답다.
뒤쪽을 보니 오색 방향으로 지리산 보다는 덜하지만 운해도 보인다.

정상석에 사진찍는 등반객이 너무 많아 기다리다가 아래 표지판에서 한 장 찍는다.


 

 

일출후의 대청봉 등반객

 

 

일출 직후의 운해(오색방향)

 

 

오늘은 악명(?) 높은 공룡 등을 타야 한다.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진다.  서둘러 대피소로 내려간다.

취사장에서 밥을 하고 코펠에 호일을 깔고 고기를 굽는다.
남들은 라면에 햇반인 데 밀폐된 공간이라서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권하고 싶지만 한두명이 아닌데 어쩌랴..
추워서 아침부터 소주 몇잔과 식사를 맛나게 먹고 ....

 

자! 출발이다. 날씨가 조금 흐린 것 같다.
어제밤 별이 그렇게 총총했건만....소청에 도착하니 커피. 차. 스넥. 기념품 등 여러가지 파는 분이 있었다.

어떻게 저 많은 물건이 여기까지 왔나? 
어제는 날씨가 좋지않아서일찍 시마이(?) 했다고한다.

커피 한잔씩 먹고 희운각으로 내려간다. 저아래 멀리 공룡능선의 모습이 보인다.

 

 

희운각이 희미하게 보임

 

 

좁은길이 완전히 병목이다.
새벽에 한계령과 오색으로 올라온 등반객과 합쳐져서 그런 것 같다.
한참을 서있다가 통과 하니 한 연세드신 아주머니 다리를 동료가 주무르고 있다.
많이 다친 것은 아닌지? 좀 걱정이다.

 

한참 계단을 내려가 희운각 계곡에서 식수를 보충한다.
공룡엔 식수가 별로 없다고 하기 때문이다.

무너미 고개마루.. 안내판이 보인다. 단독등반 금지. 악천후 금지등등
사람 긴장하게 만든다.

 

 

공룡의 암봉들


 

그곳으로 가는 다른 일행을 기다려 보지만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출발한다. 조금 가다가 이거?  이상하다. 

밑에 소리가 나서 보니 다른 길로  딴 일행이 가고 있는 것 아닌가?
다시 돌아 내려간다. 어쩐지 너무 험하다 싶었다.
다른 일행들을 뒤따라가 보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다. 우리 속도대로 진행한다.


큰 고개를 넘으니 조망이 참 좋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저게 범봉인가?
아마 왼쪽 저 높은 뾰죽한 곳이 1275 봉인 것 같다. 지도와 대조해 본다.

1275봉을 향해간다. 멀리서 볼땐 도저히 길이 없는 것 같다.

 

 

가까이 본 1275봉

 

 

우뚝 솟은 세존봉

 

                                                                                                                                                       

이런 험한길을 처음 간 사람이 누구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된다.


기어 올라간다.  뒤를 쳐다보면 아찔하다.

드디어 1275봉 아래 주변을 조망하며 한참동안 떠날줄 모른다.
1275봉 꼭대기에도  오르려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 우리는 그냥 진행한다.
몇번 인지도 모르는 오르막 내리막을 되풀이 한다.
밧줄을 묶어 놓은 곳이 몇군데 있는데 이곳은 사력(?)을 다해 올라간다.


암봉에 올라 마등령 쪽을 보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끝이 없다.

춥고 힘도 들고 배도 고프다.식사를 해야겠다. 남은 식량도 라면과 햇반 뿐..

바람이 불지 않는 곳을 찾기가 쉽지않다.

 

산불 위험 때문에 낙엽이 없는 곳을 찾아 조심스럽게 라면을 끓인다.
햇반을 코펠에다 넣고 허겁지겁 먹는다.
소주와 함께 먹는 맛 참 기가 막히다. 배가 부르니 한결 느긋해진다.
이제 조금만 가면 마등령인 것 같다.

 

 


공룡에서 본 서북능선과 용아능선                                                              

                                                                           

                                                                       

너덜지대다. 스틱 두 개로 엉금엉금 내려간다.
잘못 딛어 넘어지면 낭패다. 인기척이 들린다.
7-8명 정도인데 아마 비선대에서 백담사로 가는 것 같다. 돌탑위의 독수리상이 보인다.
사진으로 볼 때 보다 작은 것 같다. 진짜 독수리 같다.


사진 찍는것도 귀찮아 그냥 지나친다. 단풍 후의 황량한 가을산...
바람이 불어 낙엽이 떨어진다. 공룡능선 쪽을 보이 우리가 걸어온 길이 아득하다.

 


마등령에서 본 공룡능선

 

 

한참을 내려간다. 이정도에 금강굴이 있을 것 같은데 지쳐서 찾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어둑해져 간다. 너무 느긋하게 걸었는지 비선대 까지 서둘러 가야할 것 같다.

갑자기 뒤에서 짐승소리가 난다.
가만히 들어보니 개소리는 아닌 것 같고 그냥 지나치니 잠시후에 또 들린다.

기분에 꼭 우리를 따라 오는 것 같다. 이젠 그소리도 안들린다.


갑자기 컴컴해 진다. 대발이와 난 랜턴을 꺼낸다.
대발이 헤드랜턴이 방전이 되었다고 한다.
내것도 켜져 있었는데 밧데리가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예비 밧데리를 사려던걸 깜빡 잊고 왔다.
다행이 대발이에게 손전등이 있었다.

 

이래서 등반객들이 조난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랜턴없이 날씨가 더춥다면 계곡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것 아닌가?
새삼 만반의 장비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체험하였다.

 

계곡길을 왔다갔다 하며 한참을 내려온다.
헤드랜턴은 잘 초점이 맞지 않는 단점이 있어 꼭 손전등도 필요한 것 같다.


물소리와 함께 저 아래 불빛이 보인다. 우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비선대에서 비빔밥과 하산주로 막걸리 한통을 비우고 설악동으로 내려간다.

일찍내려 왔으면 척산에 들러 온천이라도 하려 했지만 시간이 늦어 그냥 집으로 차를 향한다.


 

악명(?) 높다는 말대로 일찍 하산하지 못해 끝무렵에

고생을 하였으나 공룡의 절경에 모든것이 상쇄된 등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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