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山行이야기../지리산..

지리산/ 세번만에야 천왕봉에서 반야를 보다..

by 山梨 똘배 2005. 9. 17.

산행일시: 2005년 2월 27일(일) 07:00-15:13분(8시간 13분 소요)

산행장소: 지리산(거림-세석대피소-촛대봉-연하봉-장터목대피소-천왕봉-중산리)

산행인원: 똘배 홀로

교통이용: 거림주차장 주차/중산리에서 친구차로 거림 차회수

차량주행거리: 약 700km

 

 

산행전 예기:

 서너달 전에 친구가 지리산 중산리 부근. 정확히 산청군 시천면 원리라는 곳으로 이사를 갔다.

중산리에서 약30여리 떨어진 곳이다.

산을 좋아하는 줄알고 몇번 전화가 왔는 데도 쉽사리 시간을 내어 가기가 어려웠는 데

지리산이 3월 1일부터 산불예방기간이라 지리산도 한번 가보고 싶어서 일주일전에 친구들에게

집들이 겸 한번 다녀 오자고 예기를 하니 몇명이 간다고 한다.

 

친구녀석들은 아직까지 산에 재미를 붙히지 못해 혼자라도 천왕봉의 겨울 모습을 보고 싶어

집에서 배낭을 챙겨 친구 셋과 함께 성남분당에서 산청으로 떠난다.

이중 2명은 2년전 지리산에 같이 왔는 데 그때 질렸는지.. 

 

밤10시경이 되어서야 친구집에 도착하니 뒷마당에서 술한잔 하자고 한다.

이 추운날 무슨 밖이냐고 하니 드럼통에다가 장작을 피우면 괜찮다고 한다.

예전 학창시절에 배운 논어의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呼)라!"

친구가 멀리서 찾아 오니 즐겁지 아니한가? 라는 말을 몸소 실천이라도 하듯

부부가 낮에 나무를 줏어다 놓고 바닷가에서 많은 산꼼장어와 삼겹살.

그리고 동동주를 한말을 받아다 놓았다.    

 

때 마침 떠오른 보름달과 반짝이는 별빛에 취해 찬바람도 잊은 채 두어시간을 거나하니

마신 뒤에 집안으로 들어가 술자리는 이어진다.

친구들은 혼자 뭐하러 산에 가느냐며 걱정어린 말을 하지만..

여기까지와서 그냥 돌아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수 없는 일.. 

 

새벽 두시가 넘어 친구에게 내일 아침 거림으로 픽업 좀 해달라고 하니 걱정 말라며 큰소리를

쳐서 옆방에 가서 잠을 자지만 시끄러운 소리와 내일 천왕봉에 오를 생각을 하니 숙면을 취할수가 없다.

 

핸드폰을 5시 30분에 맞추어 놓고 잠깐 잠이 들었나? 알람이 울린다.

양치를 하고 물을 끓여 보온병에 넣고 냉장고에서 김치 몇조각을 챙겨 배낭에 넣고

열려 있는 방의 친구를 흔들어 깨우니 감감 무소식이다.

밖을 보니 아직은 오밤중.. 잠시 후 또 흔들어 깨우니 역시 마찬가지다.

6시가 넘어 동은 터오고 마음만 조급해 내차를 가지고 출발한다.

나중에 중산리로 하산해 차를 가지고 나오라면 된다는 생각으로...

 

지리산 자락은 몇번 다녀오고 천왕봉에 오르는 는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재작년 친구 네명이 2박3일로 다녀 오고 작년8월엔 지금 군에 있는 아들하고 1박으로

다녀왔는 데 두번 다 흐리거나 비가와서 좀 서운한 감이 있었다.

 

 

산행 예기:

거림 들머리 입구 5000주차장이란 곳에 주차를 시킨다.

주차비 받는 분이 없는데 나중에 내면 될것이고 매표소도 문을 열지 않아 1,600원을 벌고

07시에 거림매표소를 출발한다.

초행길이고 혹여 등로가 눈이나 얼음으로 되어 있을가봐 산행 예상시간은 9-10시간으로 잡는다.

 

잠시 오르니 쌀쌀한 기운이 돌지만 춥지는 않고 날씨는 꽤나 좋은 것 같다.

뒤를 돌아보니 들머리방향 산은 벌겋게 여명이 보인다.

앞쪽 산능선도 벌써 일출을 했는지 산능선이 불타는 듯이 보인다.

 

걷다가 스트래칭을 조금하고 윗옷을 벗고 왼쪽 거림골 계곡을 끼고 오르다.

나무에는 고로쇠물을 채취하는 봉지도 많이 붙어 있다.

계곡에는 잔설이 보이지만 등로는 말라있어 오르기 좋지만 응달은 얼어 붙은 곳이 많다. 

 

  

위/ 거림매표소

 

위/뒤를 보니 산이 여명으로 불타오르고..

 

위/안스럽게 고목에도 고로쇠물 채취를..

 

위/거림골 계곡풍경

 

 

잠시후 숨소리만 내며 오르고 있는 데 정적을 깨고 갑자기 딱딱딱! 하는 소리가 난다.

쳐다보니 보기 힘든 귀한 딱따구리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계곡을 건너 날아가 버린다.

포즈 한번 취해주지!~ 좀 서운한 맘으로 오른다.

500m마다 표시된 거리표지목을 세면서 오르는 데 "지리03-06"을 가리킨다.

시간은 7시 58분.. 거리상으로 세석까지 6km인 데 반은 온 것이다.

어느 분 산행기에서 세석까지 2시간 30분 소요되었다고 보았다.

 

뒷 종아리가 좀 당기기는 하지만 몸에 열도 좀 나고 걸을 만 하다.

앞에서 또 딱다구리 소리가 나서 보니 10여m앞의 나무에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이번에는 소리를 내지 않고 살금살금 찍는 데 성공이다.

 

아무도 없는 등로를 한참을 오르고 있는 데 내려 오는 분들이 보인다.

여성산님 두분인 데 "세석에서 오십니까?" 물으니 그렇단다. "얼마나 내려 오셨어요?" 하니

한 한시간 정도 내려오신다고 한다.

인사를 드리고 오르는 데 이전과는 달리 등로가 많이 얼어있다.

내림길엔 더욱 주의해야할 것 같다.

아까 처음으로 천팔교라는 특이한 이름의 木橋를 지났었는 데 이번에는 북해도교라는 목교가 나온다.

아마 멋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폭우 때 요긴하게 건널수 있게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 같다.

 

두번째로 부부 산님을 만난다.

아마 이시간에 내려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세석대피소에서 내려 오는 것 일게다.

 

 

위/ 거림-세석 중간지점..

 

위/ 작업중인 딱따구리..

 

위/ 거림골 겨울 풍경..

 

위/ 첫번째 만난 여성산님 두분..

  

 

고개를 들어 우측 위를 보니 촛대봉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정상 능선부가 가까워 진다고 생각하니 기운이 좀 난다.

계곡 좌측의 남부능선 방향에서는 가끔 바람소리가 제법 들린다.

지금 시간은 8시 10분..

그러나 지금 부터가 내겐 인내심을 시험하는 오름이다.

목책으로 돌이 구르지 않게 조성을 해놓은 오름길인데 종아리가 뻣뻣해지는 것이

지루한 이길이 꽤나 이어진다.

이길이 끝날 무렵 아래를 쳐다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희미하게 바닷가 보이는 것 같다.

 

이때부터 마음이 더욱 들뜨게 된다.

저 정도가 보인다면 오늘 조망이 꽤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목교가 하나 더 나오고 8시 40분에 "남해 삼천포를 찾으세요" 라는 안내판이 보이는 데

나뭇가지도 없고 정말로 조망이 훌륭하다.

멀리 바다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삼신봉 과 내.외삼신봉 표시가 되있어 대조해 본다.

우측으로 촛대봉이 눈에 들어오고 잠시 후 의신으로 갈라지는 삼갈래 이정목이 나온다.

 

 

위/ 종아리 땡기는 지루한 등로..

 

위/ 얼음판이라 조심조심..

 

위/ 남해바다가 보이고..

 

위/ 왼쪽에 삼신봉과 우측으로 내.외삼신봉이..

 

 

8시 51분에 네번째인 세석교가 눈에 들어온다.

앞에 커다란 배낭을 맨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과 어머니가 둘이 내려온다.

힘들어 보이는 학생에게 대단하다고 했더니 씨~익 웃는다.

아들과 함께 하는 어머니도 대단하신 것 같다.

 

1000고지 이상으로 접어들면서 세석평전이라는 말처럼 평평한 지역인 데 특이한 것은 평평해서

그런지 골이 없고 아무 곳에나 물이 흘러 등로도 얼어 붙어 있다.

한걸음 한걸음을 나무나 바위를 애원(?)하듯 붙잡고 주의해 걷는다.

구상나무와 이름 모를 고산지대의 특이한 수종이 보인다. 

 

9시 13분 드디어 세석대피소가 눈에 들어 온다. 출발 2시간 13분 만이다.

주능선만 두번 타며 보았던 것 하고는 밑에서 보니 또 다른 느낌이다.

작년 아들과 운무 자욱한 날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다.

대피소 취사장에서 반찬을 나눠가며 옆에 있던 분들과 술을 나누던 생각..

 

pvc호수 세개가 있는 샘터가 있어 물한모금을 먹는 데 그리 차지는 않은 것 같다.

올라오는 동안 물 몇모금 먹은 것외에는 먹은 것이 없어 시장기가 돌지만

내친김에 더가서 먹기로 한다.

 

 

위/ 세석교

 

위/ 파란 배낭의 중학생과 어머니..

 

위/ 세석이 가까워지자 많이 보이는 어름이 등로에도..

 

위/ 촛대봉이 고개를 내밀고..

 

위/ 의신. 거림. 세석 갈림길 이정목..

 

위/ 산죽있는 등로..

 

위/ 세석대피소 아래의 샘터

 

위/ 드디어 세석대피소가..

 

 

대피소에 들어가서 느긋이 라면이라도 끓여 먹고 싶은 마음인 데 유일하게 산 좋아하는 친구

하나가 갑자기 사정이 생겨 못온다고 하여 배낭에 챙겨 놓았던 바너와 코펠을 다 빼놓고 와서 좀 아쉽다.

조망 좋은 곳에서 간식이라고 하려고 촛대봉으로 부지런히 오른다.

오름길 마루에 역광으로 홀로 걷는 님이 멋지게 보여 한컷 찍고..

 

뒤를 돌아보니 눈에 익은 봉우리가 눈앞으로 성큼 다가 오는 느낌이다.

아!! 반야봉이다. 특이한 산세가 불경(?)스러운 표현인 지는 모르지만 엉덩이 같은 모습..^^*

워낙 선명하게 보여 바로 코앞에 있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지리산엘 몇번 왔어도 항상 운무와 비오는 날만 왔었기 때문에 이런 풍경은 처음 보아서

그런 지 정말 감동적이다.

 

반야봉에 얽힌 전설

태산준령들 사이 사이에 걸려있는 지리산의 운해는 아마도 주봉인 천왕봉과 반야봉에 얽힌 마고할미와

반야의 애틋한 마음을 그대로 전해주려는 듯 심오함을 갖고 있다. 반야봉에는 지리산 산신 중 女神인

천왕봉의 마고할미와 관련된 전설이 있다. 그 여신은 선도성모(仙桃聖母) 또는 마고(麻古)할미,

노고(老姑)라 불리는데 바로 천신(天神)의 딸이다.

그 천신의 딸인 마고할미는지리산에서 불도를 닦고 있던 도사 반야(般若)를 만나 결혼해 천왕봉에서 살았다.

그들은 딸만 8명을 낳았다. 그러던 중 반야는 더 많은 깨우침을 얻기 위해 가족들과 떨어져 반야봉으로 떠났다.

그리고 마고할미가 백발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마고할미는 반야봉에서 깨우침을 얻기 위해

외로이 수도하는 남편 반야를 그리며 나무껍질을 벗겨 남편이 입을 옷을 만든다.

그리고 마고할미는 딸들을 한명씩 전국 팔도에 내려 보내고 홀로 남편을 기다린다.

기다림에 지친 마고할미는 끝내 남편 반야를 위해 만들었던 옷을갈기갈기 찢어버린 뒤 숨지고 만다.

갈기갈기 찢겨진 옷이 바람에 날리어 반야봉으로 날아가니 바로 반야봉의 풍란이 되었다고 전한다.

후세 사람들은 반야가 불도를 닦던 봉우리를 반야봉이라 불렀고 그의 딸들은 8도 무당의 시조가 됐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선지 반야봉 주변에 안개와 구름이 자주 끼는데 하늘이 저승에서나마 반야와 마고할미가

만날 수있도록 하는 것이라 한다. (퍼옴)

 

 

 

 

위/ 세석 대피소와 뒤로 반야봉이..

 

 

 

 

9시 37분 거림에서 2시간 37분 만에 촛대봉에 선다. 몇분의 산님들이 먼저 와있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감탄사가 튀어 나온다.

친구 집에서 지금도 자고 있을 지 모를 친구들과 같이 왔으면 이런 경치를 보고 뭐라고들 할 지..

정말로 혼자 보기엔 아까운 광경이다. 봉우리들의 이름은 자세히 모르지만..

 

동쪽으로 역시 천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위엄있어 보이는 검푸른 빛의 천왕봉.. 

남쪽으로 멀리 바다가 보이고 가깝게 남부능선. 삼신봉과 뒤로 왕시리봉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노고단과 반야봉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본다.

그리고 서북방향으로 정령치에서 이어지는 바래봉 덕두봉까지  동북방향으로 흰 모자를

쓰고 있는 덕유의 모습까지..

항상 사진을 보며 그리던 풍경들이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지리산 일출을 본다는 말처럼 지리산의 청명한 하늘을 보기가 쉽지

않을진 데 지리산 산신님에게 일출은 아니지만 세번째 천왕봉에 오르면서 이런 멋진 풍경을

보여주시니 감사한 마음까지 든다.

 

 

위/ 뒤로 바래봉. 덕두봉..

 

위/ 왼쪽 앞으로 남부능선과 뒤로 왕시리봉.반야봉이.. 눈덮힌 곳이 영신봉..

 

위/ 촛대봉에서 본 제석봉과  천왕봉..

 

 

아까 능선상에 홀로 앞서 오르신 분이 휴식을 하고 계신다.

얼굴을 뵈니 50대 중반은 되어 보이신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나도 이곳서 풍경을 즐기고 시장기도 면할 겸 잠시 휴식을 하기로 한다.

 

똘배: "어디서 오세요?"

그분: "벽소령에서 옵니다."

똘배: "중산리로 내려 가세요?"

그분: "치밭목으로 가서 내일 유평리로 내려갑니다."

똘배: " 그럼 2박 3일 종주하시는거네요? 좋으시겠습니다."

그분: " 아니요 3박 4일이지요. 노고단에서 하루 잤거든요."

똘배 : "아! 네. 느긋하니 좋으시겠습니다. 천천히 하시지요."

          "조망이 참 좋은 데 전 세번째인 데 이런 조망은 처음입니다.

          "정말 오길 잘했습니다."

다른 젊은 분: " 전 장성에서 지리산 처음 왔는 데 맨날 이렇게 날이 좋은 줄 알았습니다."

 

잠깐의 대화를 나누는 사이 그분에게 삶의 여유와 동시에 한편으로는 어려운 세상사가 함께

스치는 이유가 뭔지를 모르겠다.

그분도 내게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 지 모르겠지만..

그분이 " 걸음이 늦으니 먼저 떠날께요" 하고 자리를 일어나신다.

" 천천히 즐기실 것 즐기시고 안전하게 마치세요" 하며 인사를 하고

커피를 한잔 타서 떡과 양갱이를 먹으니 힘이 좀 나는 것 같다.

 

중년으로 보이느 친구분들 네명의 사진을 "부럽습니다" 하며 한컷 찍어드리고

내림길이 좀 미끄러울것 같아 아이젠을 끼고.. 자! 가자 천왕봉으로..

조금 가다가 큰 카메라를 든 분이 사진을 잘 찍을 것 같아 멋진 나무 앞에서

개인 사진을 한장 부탁드리고 출발한다.

 

 

위/ 맨 뒤로 덕유산이..

 

위/ 남쪽바다가 선명하게..

  

 

 

위/ 심설과 우측으로 엉덩이 썰매 자국이~..

 

위/ 영신봉과 뒤로 반야봉과 우측으로 이어지는 능선들..

 

 

이제 천왕봉은 훌쩍 내 앞으로 다가와 있다.

항상 다른 분의 산행기에서 선명한 주능선 사진을 보며 입버릇 처럼 말하기를 "난 지리산하고는

운대가 맞지 않는 모양이야! 몇번을 왔어도 청명한 하늘을 보지 못했으니.

설악산은 날씨를 보지 않고 가도 항상 훌륭한 조망을 보았는 데."

 

그러나 오늘은 소원풀이라도 한것 처럼 꿈결을 걷는 기분이다.

아침부터 별 먹은 것도 없는 데 배도 고프지 않고..

 

등로 좌우로는 고사목과 구상나무에 쌓인 눈이 녹으면서 얼어 참으로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간혹 위에서 따르륵! 하는 소리가 나면 얼음이 떨어 지는 소리다.

추울 것으로 예상한 날씨도 바람도 별로 불지 않아 마치 초봄을 연상케 한다.

 

 

 

 

 

위/ 겨울의 지리산..

  

위/ 섬진강 자락과 남해 바다가..

 

위/ 반야봉서 이어지는 지리 주능선이 한눈에.. 

 

위/ 저앞에 지나온 촛대봉..

 

위/ 연하봉 풍경

 

위/ 얼은 고사목과 제석. 천왕봉..

 

 

드디어 11시10분에 장터목 대피소가 눈에 들어온다.

작년 아들과 비오는날 이곳에 배낭을 맡기고 천왕봉을 뛰다시피 올랐다 내려온 적이 있다.

그때 대피소 직원이 통제는 내리지 않아서 말린수는 없지만 언제 통제발령이 내릴 지 모르니

될수 있으면 오르지 말라고 했는 데 아들에게 천왕봉 정상이 의미가 있을 것 같아 강행했었다. 

 

취사장엔 산님들로 가득 차고 밖의 벤치에 자리가 나서 앉는다.

모두 일행들끼리 온 모양이다. 시끌하고 즐거워 야단법석이다.

컵라면을 하나 먹고 바로 제석봉으로 오르는 데 배가 불러서 그런 지 또 힘이든다.

 

산행기를 통해 아는 부산사는 한분과 까페회원 한분이 오늘 천왕봉에 온다고 하여 이제 부터는

오가는 사람 얼굴을 많이 쳐다보고 간다.

한분은 알지만 한분은 사진으로만 보아서 잘 찾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처음 왔던 제석봉때와는 달리 고사목도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약간의 내림길이 있고 이제는 조금만 오르면 천왕봉이다.

정상의 산님도 여러명 보이고 등로는 겨울동안 내렸던 눈의 양도 가늠할 수있을 정도로

눈이 쌓여있다.

 

 

위/ 장터목 대피소와 제석봉..

 

위/ 제석봉 풍경..

 

위/ 제석봉에서 본 지리 주능선..

 

위/ 천왕봉과 중봉..

 

위/ 여기만 오르면 저 앞에 천왕봉이..

 

위/ 중봉에서 아래로 유평리 방향..

 

위/ 2년전에 이곳서 친구들과 같이와서 사진을 찍은 기억이..

 

위/ 천왕봉 정상의 산님들..

 

 

드디어 12시 25분.. 천왕봉 정상이다.

기대하기는 세찬 칼바람에 차가운 날씨를 생각했는 데 오히려 정반대다.

바람은 잔잔하고 날씨는 봄날이다. 촛대봉 보다도 포근한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날씨다.

 

정상석 증명사진 한장을 찍으려 했지만 단체산님들이 전세를 내 할 수없이 정상석만 찍고 잠시

조망을 한다음 내려선다. 아까 촛대봉에서 엄청난 감동을 맛보아서인 지 오히려 천왕봉 정상의

감흥은 아까보다 떨어지는 듯하다.

 

정상에서 중산리로 내려서는 길은 상당히 가파른 데 눈과 어름으로 되어있어 상당히

조심하면서 내려온다. 까딱하면 미끄러지는 정도가 아니라 굴러내릴 정도이다.

 

 

위/ 많은 산님으로 정상석만 찍음..

 

위/ 천왕봉에서 본 지리주능선..

 

위/ 정상부의 氷岩..

 

위/ 정상 안부에서 휴식중인 산님과 기진맥진한 산님들..

 

위/ 중산리에서 死力(?)을 다해 올라오는..

 

위/ 저아래 중산리에서 한 세시간 걸리지요?

 

위/ 내려오면서 올려다 본 정상..

 

 

내려오면서 일일히 얼굴을 올라오는 분들 확인한다.

사진으로만 본 분이라 비슷하면 잠시 서서 자세히 보고..

역시 오름길이 힘드는 지 오르는 산님들의 얼굴표정이 각양각색이다.

산행시간이 길어지면서 앞발가락쪽이 좀 신경쓰이고 발바닥도 땀이 생긴 것 같아 불편해진다.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어디쯤이냐고 묻는다.

세시가 조금 넘을것 같다고 말한다. 

 

잠시 앉아 커피를 한잔 먹으며 신발을 풀어본다.

오르던 두부부는 포기한다며 다시 내려가는 분들도 보이고..

이등로가 쉽사리 오를수 있는 코스는 아닌 것 같다.

법계사를 지나 많은 산님들이 식사를 하는 로타리 대피소에서 잠시 볼일을 보고 바로 내려간다.

 

조금 내려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법계사와 천왕봉의 멋진 모습이 보인다.

망바위를 지나 출렁다리를 거쳐 아무 생각없이 걷는다.

다행이 무릎은 괜찮은 것 같다.

칼바위를 지나고 우측으로 물소리가 들려 계곡으로 내려간다.

 

머리를 헹구고 고마운 발을 씻는다.

얼음장같은 물에 발을 담그니 오래 있지를 못하겠다.

양말을 갈아신고 잠시 휴식을 하는 데 남자 네분이 훌러덩 벗더니 계곡으로 풍덩!!~

팬티라도 입고 할것이지..

 

 

위/ 지리산 법계사..

 

위/ 로타리 대피소..

 

위/ 법계사와 천왕봉..

 

위/ 망바위..

 

위/ 칼바위..

 

위/ 중산리 계곡..

 

위/날머리 중산리에서 본 천왕봉..

 

위/ 중산리 매표소..

 

 

개운한 발걸음으로 15시 13분에 중산리 매표소에 도착한다.

8시간 13분.. 내려오는 길이 생각보다 미끄럽지 않아 좀 일찍내려온 것 같다.

주차장있는 곳을 가니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

막걸리를 먹다가 무료해서 청학동을 다녀왔다고 한다. 

가게에서 캔맥주하나를 사서 한모금 먹으니 시원하다.

거림으로 가서 차를 회수하고 다시 친구집으로 가서 식사를 하고 집으로 향한다.

 

친구가 이곳에 있어 마음 편히 당일산행을 하였다.

4월 말일까지는 통제되는 지리산 신록이 우거졌을때 다시 한번 찾고 싶다.

멀리서 찾아 왔다고 환대해준 친구부부에게 고마운 마음이고

세번째 천왕봉에 오른 나에게 멋진 풍경과 날씨를 선사해준

지리산 산신님께도 감사한 마음이다.   

 

 

끝.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