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山行이야기../지리산..

친구들과의 어설픈 지리종주

by 山梨 똘배 2005. 9. 15.

 

산행일자 :  2003년 8월 30일 - 9월1.2일(2박3일)
산행코스 :  성삼재-노고단-연하천-벽소령대피소(1박)-세석-장터목대피소(1박)-천왕봉-
로타리대피소-중산리
산행인원 :  친구 4명(똘배.D군,J군,C군)

교 통 편  :  *갈때/수원역(기차)-구례구역-성삼재(택시)   

                 *올때/중산리에서 안내산악 버스

 

 

 

나이 사십이 훌쩍 넘어서  만나면 술과 오락외에 별다른 취미가 없던 우리친구들..

나이 따라 불어난 체중과 더불어 나온 뱃살을 보며 남들은 몸관리 한다고 헬스니 골프니  하는데

뭔가 서로 같이 할 수 있는 운동이나 취미거리가 없나 하다가 여름 휴가 때 술자리에서 

지리산종주 한번 하자고 예기를 꺼내었다.

  

휴가를 세가족이 갔는데 D군은 동의했고 J군은 힘들 꺼라고 시쿤둥하다.
일정을 8월 30일. 9월1. 2일(2박3일)로 잡고 무조건 인터넷으로 4명을 대피소에 예약을 한다.

처음에 멋모르고 1박2일로 계획했으나 초보들이라 여유있게 하려고 예약을 변경하였다.

그 때 부터 여러 날을 J군과 C군에게 회유와 협박(?)으로 자존심까지 건드려 가며

설득하여 드디어 4명 모두가 동의를 한다.

 

친한 친구들이라 친구와이프들의 동의를 받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20대 초반에 한참을 돌아다니던 때 이후 친구들 끼리만 가는 것은 처음 같다.
나와 D와 J는 가끔 동네산에 다니곤 했으나 C는  봄 월악산에 친구들 가족나들이를 갔다가

도시락 짊어진 업보 덕분에 식구들 굶기지 않으려고 산 정상에는 처음 올라왔다고 하였다.

  

J는 걱정이 되어 출발 보름 전 부터 집근처인 시화 옥구도에 매일 훈련삼아 올라가곤 하였단다.

변변한 등산복과 장비가 없어 마련하느라고 거금을 들여 배낭. 등산화. 판쵸우의. 헤드랜턴.

가스버너 등을 구입하고 드디어 애들 소풍가는 들뜬 기분으로 출발..

당일 수원역에 21시에 집결하여 역지하 수퍼에서 목록에 있는 준비물을 사가지고

4개의 배낭에 옮겨 넣고 식사를 하러 간다.

배낭에 물건을 분배하여 넣을 때도 서로 무게 때문에 신경전이 벌어진다.

 

각자 15-18kg정도의 무게인데 이걸 메고 어떻게 종주를 하냐고 들 한다.
솔직히 나도 어깨가 뻐근한게 은근히 걱정이 되었지만 짐짓 큰소리를 쳐본다.

역근처에서 식사와 술을 몇잔씩 먹고 근 20년만에 기차를(수원서16,900원) 타고 열차 내 에서도

들뜬 기분에 캔멕주를 먹으면서 갔다.

한시간 정도 눈을 붙였나? 구례구역에 도착한다.   

짐을 챙겨 부시시한 몰골로 역 앞에서 버스를 타러 가려는 중 한 키가 작으신

택시기사 분이 오셔서 성삼재까지 3만원이라고 하면서 입장료내는 시간전에 가면 버스타고

가는 것 보다 비용이 절감된다고 한다. (4명일 경우)

그러마 하고 택시를 타고 창문을 열고 도시와 다른 차갑고 시원한

공기를 마시면서 캄캄한 성삼재에 도착한다.

  

신발끈 동여 메고 처음으로 헤드랜턴이라는 것을 머리에 쓰고 이리저리

비추어보며 출발하려던 순간!
C가 주섬주섬 멈칫!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주춤 하더니만 택시에 지갑을 빠트리고  내린 것 같다고 한다.

헐..초장부터 좀 찜찜했다. 모두 어쩔줄 몰라 엉거주춤.....서로 얼굴만 쳐다 본다.
마침 다른 택시가 올라와 그 택시를 타고 일단 C는 내려 가고
우리 셋은 할 수 없이 먼저 노고단으로 향한다.


묵직한 어깨를 느끼며 20여분 올라갔을 때 산 아래로 장관이 펼쳐진다.

내려다 보이는 곳이었지만 광경은 마치 밤하늘 쳐다 보는 것 같았다.
어둠속에서 운해사이로 보이는 구례시내의 불빛이 꼭 밤하늘의 은하수를 보는 착각이 드는 기분이었다. 

이런 비경이! 하며 감탄을 연발... 사진을 몇장 찍고 다시 오른다.

  

C에게 전화로 연락하니 찾았다고 한다 다행이다. 기사분께 고맙기두 하고.......
만일 찾지 못하였다면 산행내내 찜찜했을 것이다.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숨을 헉헉대며 셋은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한다. 

취사장엔 벌써 여러 등산객이 식사 준비를 하고 또 식사들을 하고 있어 

우리도 쌀을 버너에 올리고 참치를 넣어 김치 찌개를 준비한다.
밥이 설어 물을 붓고 뜸을 들이니 이정도면 먹을 만 한 것 같다.

  

한 30분 후에 지친 모습으로 C가 올라 온다.

다른 등산객들은 서둘러 올라 간다.
우리도 식사를 하고 커피도 끓여 먹고 컨디션 조절도 하고 노고단 정상으로 오른다.

노고단정상은 휴식년제인 지 통제되고 그 아래 안부에서 산 아래의 운해를 감상하고

다시 정겨워 보이는 노부부 사진도 찍어 드리고 우리도 한 장 부탁 드린다.
우리도 이다음에 저분들과 같이 될 수 있을까?라고 하니 빙긋이들 웃는다.

  

날씨는 흐려 있다. 다시 지도를 한번 보고 출발한다.
출발 조금 후에 좁은 길에서 한 100명 이상되는 사람들을 만난다.

서로 계속 인사를 하며 갔는데 나중에는 너무 많아 그것도 힘이 든다.
경상도 소재의 회사에서 왔다는데 아마 그 사람들은 무슨 단합대회나 
극기훈련을 하는 것 같다.

 

얼굴표정에서 힘든 모습이 역력했다.

자유의지로 오르는 우리와 그사람들의 모습이 좀 대비되는 것 같다.
그 사람들은 새벽에 뱀사골에서 올라 온다고 한다.

밤에 비가 왔는지 반대편에서 등산객이 오면 옆으로 비켜서야 할 정도로 좁은 길에는

물기가 흥건하여 질퍽하다. 아침이라 나무의 물기들이 바지를 적신다.
날씨는 운무로 계속 차있어 눈에 뵈는게(?) 거의 없다.

  

간혹 운무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풍경이 우리의 초행길을 위로해 준다. 
풍경이 보일 때면 일부러 감탄을 연발해 보지만 힘들이 드는지 말수 들이 차츰 줄어든다.
지도 상에는 임걸령에 샘터가 표시되어 있지만 모르고 그냥 지나쳐 통과 한다.
반야봉가는 표지판이 나오는데 C와 J가 그냥 가자고 한다.

"허긴 조망도 안 좋은데" 하며 그냥 진행키로 한다. D만 가보자며 궁시렁...

 

삼도봉에 도착하여 삼각표지봉 한번 쓰다듬고 이리 저리 돌며 3개도를 거닐어 보고..
사진도 한 장씩 찍고 또 출발... 평탄한 벌판 같은 화개재가 나온다.

(예전에 화개장터로 가는 길목에서 유래되었다고 함)
헉헉대며 토끼봉(1,534m)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이 자릴 잡고 있다.
 
산악회 일행들이 당일 코스로 쌍계사 방향에서 올라와 시끌하게 점심을 먹고 있다.

우리도 시장끼가 돌아 준비해간 간식을 먹고 시간이 많아 꽤나 앉아 쉰다.
주변엔 들꽃들이  많이 피어 있어 사진도 몇장 찍어본다.

   

조용하던 C가 왜 이렇게 힘든 짓을 하냐고 다음엔 산예기 하지 말라며

배낭만 없어도 날아 가겠다며 궁시렁댄다.  

허나 어쩌랴 서로가 감당해야 할 고행의 무게인디..

빨리 연하천가서 점심해 먹자고 일어선다.
지도를 보니 여기서 연하천까지 1시간 30분인데 이 속도로는 2시간은 걸릴 것 같다.

  

명선봉(1,586m)방향을 향해 용을 쓰고 오른다.

연하천 도착전 일행은 철계단에서 꽤 힘들어 한다. 왠 계단이 그렇게 많은지...

털보아저씨가 산장지기인 연하천엔 물이 많았다.
시원한 물에 발도 담그고 3000원짜리 캔맥주 2개를 사서 한모금씩 하고 c의 배낭에서 꺼낸

라면을 끓여 햇반과 배불리 먹고 설겆이를 하려 하나 잔밥 통이 안보인다.

 

산장지기에게 물어보니 알아서 처리(?)하라고 한다.

투덜거리며 휴지로 닦고 다시 여기서 1시간 30분 거리의 숙영지인 벽소령으로 출발한다.

나중에 안 경우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대피소는 잔밥통이 없다.  허긴 그 많은 걸 누가 처리 할 것인가?

이후 식사때는 스님들 공양때 처럼 국물까지 거의 먹는다.

  

4명 모두 힘겹게 자욱한 운무속을 2시간여 갔는 데 드디어 벽소령대피소에 도착...

오늘은 무사히 끝났구나 하는 안도감에 대피소에 자리잡고 세면과 식사준비를 하려고 샘터로 내려 갔다.

쌀물을 채우려고 보니 샘물 호스가 저 안쪽에 있다. 한 30cm만 길면 편할 것 같은 데...
한참 몸을 숙여야 물을 받을 수 있다.
물의 양도 적게 나온다.

씻을 형편도 안되는 것 같다. 허긴 이높은 곳에 이정도라도 황송하지...

궁여지책으로 수건에 물을 적셔 숲으로 들어가 땀에 젖은 몸을 닦으니 한결 기분이 개운하다. 

바너에 쌀을 올리고 즉석짜장과 김치로 식사준비를 한다.

잠시 후 J가 올라 오는데 성질을 내는 것이다.
숲에서 깽깽이 발로 수건으로 몸을 닦다가 넘어졌다며 무슨 국립공원에 세면장이 없냐고 관리공단에

항의를 해야 한단다.

  

옆에 계시던 나이 지긋한 어르신 왈! "그래도 여긴 사정이 좋은 편입니다" 하시며 다른

곳의 시설은 여기보다 못한 곳도 많다고 하신다.

서울에서 처남 매부 부부가 같이 왔다고 하신다.

산행을 꽤나 많이 하신 분 같다.
그분에게 경험담도 들을 겸 소주 몇잔을 나누고 담엔 설악산을 한번 가고 싶다고

했더니 공룡능선이 설악의 진수라고 한다.

  

산행을 하면서 이렇게 다른 일행과  어울리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인 것 같다.
설겆이를 끝내고 담배생각이 나는데 담배가 떨어졌다.

담배골초인 내가 국립공원구역내에선 금연이라고 해 피던 담배갑만 가져왔는데

대피소에선 다들 피는 것 아닌가?

옆의 젊은 친구에게 한대 얻어 피우고 우리 넷은 대피소에 곤한 몸을 뉜다.

 

 

 

 

 

 

 

 

 

 

 

 

 

 

 

 

 

 

 

 

 

아침이 되었다. 오늘은 일정이 어제보다 더 느긋하다.
어젠 거의 9시간을 걸었는데 오늘은 5-6시간만 가면 된다.
천왕봉 아래인 장터목 대피소에 예약을 했기 때문이다.
8시경 느긋한 아침식사를 끝내고 출발한다.
오늘은 어제부터 더 지독한 운무로 차있다.
몇미터 밖에 확보 되지 않는 시야로 좀 답답한 행군이 계속된다.

  

아침 시작 땐 그래도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해서 인지 몸이 한결 나았다.
쑤시던 어깨도 어제 보단 가볍다.
다른 친구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마음이 한없이 편했다.

잠시지만 세상사와 격리되고 산속에 유유자적하는 기분...
맑은 공기. 이름 모를 들꽃. 시원한 새소리 등은 모든 잡념을 잊게 하는 것 같다.
아마 체질 아닌가? 하는 자만의 생각까지 든다.

  

덕평봉(1,521m)을 지나고 두시간 정도를 힘들어 하며 서로 말들이 없다.
무슨 생각들을 하는지 몰골들이 모두 초췌해 보인다.
가다쉬다를 반복하는데 그회수가 잦아진다.
영신봉(1,651m)을 지나 세석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철쭉으로 유명하다는 그 곳의 경치는 자욱한 운무 때문에 볼 수 없다.
J가 먼저 도착해 식수를 받아 놓았다.

라면을 끓이던 중 초등학생 남매가 환한 표정으로 세석 취사장으로  들어온다.
부모와 같이 왔는데 어른도 힘든 이 먼길을 즐거운 표정으로 들어 오는게 아닌가?
참 기특하고 대견한 생각이 든다.

                                     

우리 애들도 한두번 동네산에 데려가 보았지만 그 이후엔 잘 가지 않았는데...
내년 봄엔 가능하면 아들 녀석하고 이곳에 다시 한번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엔 다행이 잔밥통과 휴지통이 있다. 식사를 하고 다시 출발..

  

계속된 행군에 J는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듯 혼자 앞서 나갔다.
C의 걷는 모습이 매우 힘겨워 보였다.
말을 시키니 이번 산행이 자기일생에 마지막이라고 하며 무릎의 통증을 호소한다.
얼굴 표정을 보니 이거 장난이 아닌 듯 싶다.

내가 계속 오자고 했기 때문에 좀 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이제와서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래도 D와 나는 C보다는 좀 나은 것 같았다.
너무 힘들어 하는 C의 모습에 D가 C의 배낭을 받아 두 개를 지고 걷기 시작한다.

  

20년전 군생활 행군 때의 생각이 난다.

유난히 딴 부대보다 행군이 많았던 우리부대..

군장20-30kg을 짊어지고 옆 전우의 기관총.박격포3등분을 나눠지며 수많은 행군을 했었지만

오늘은 나도 그 때 보다 힘든 것 같다.

그만큼 세월이 지났다는 예긴가?

  

산속의 사람들은 속세의 사람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C의 처절(?)한 행군에 단독종주를 하시던 어른이 자기 배낭의 파스도 꺼내주고 먹을 것도 나누어

주고 또 팔팔한(?) 우리에게 격려도 해주시고 새삼 산을 많이 다닌 분의

넉넉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것 같다.

  

촛대봉(1,703m)거쳐 연하봉(1,667m)을 지난다.

사진도 찍고 바위의 이름과 바위 모양도 비교해본다.
오늘의 일정도 거의 끝나 가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한다.
J는 먼저 도착해 슬리퍼 차림으로 여유롭게 우릴 맞이한다.

(지리산 대부분이 핸드폰이 통화가 잘 되지 않아서  핸드폰을 계속 켜 놓으면 밧데리가 몇시간 내에 소진됨)

 

 

숙소를 배정받고 취사장으로 내려간다.
김치를 붓고 햄을 넣어 끓인 찌개는 옆사람에게도 인기가 좋다.

식사와 함께 마지막 남은 소주를 몽땅 마시고 젊은 친구에게 막걸리도 한잔 얻어먹고 또 세석에서

부터 같이 온 젊은 친구에게 담배도 한 대 얻어 피우고 힘들었지만 이렇게 평화롭고 좋을 수 가 없다.

 산 저쪽으로 장터목의 붉은 노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참으로 얼마만에 보는 노을인가?

  

 자연이 선사하는 이런 선물을 받지 못하고 사는 우리의 일상생활이 조금은 서글프게 생각된다.

노을이 붉게 지면  내일 날씨는 아마 화창할 것으로 생각된다. 

노을을 배경으로 사진 몇장 찍고 보니 C가 딴팀에서 술을 먹고 있다. 

원래 술을 좋아 하는 친군데 술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D와 나는 "참 저 녀석은 숫기도 좋아!" 하며 노을을 본다.

  

나중에 보니 제딴에 얻어 먹기만 미안했는지 내일 아침 먹을 마지막 김치를 갖다

주었다고 한다.(덕분에 아침에 김치없이 식사)

술기운과 피곤함에 씻지도 못하고 20:30분경 일찍 잠자리를 청한다.
밤11시 경에 잠이 깼다. 다른 친구들은 잘도 자는 것 같다.
양치나 하려고 헤드랜턴을 끼고 50미터나 아래 있는 샘으로 내려 가려는데
컴컴하고 바람도 많이 불어 기분이 오싹하다.

  

계단 아래쪽을 보니 시퍼런 눈동자 같은 것이 나를 노려보는 것이 아닌가?
무슨 짐승 같다. 그 방향으로  헤드랜턴을 갑자기 켰더니 순간에 없어진다.
찜찜했지만 절룩거리며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 양치하고 대충 닦고 올라와서 잠을 청하니 몸이 춥기도

하고 또 주위의 이갈고 코고는 사이에 뒤척이다가 라디오를 듣다가 1시경에나 잠든 것 같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천왕봉 일출은 포기하고 느긋하게 김치없이(?) 식사를 하고 천왕봉으로 향한다.
다행이 오늘은 산행 중 처음으로 날씨가 화창했다.
이틀동안의 운무속의 행군....
마치 지리산 산신님이 우리에게 다음에 또 오라고 선물을 주시는 느낌이다.

  

우리는 얼마 남지 않은 산행에 힘들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향한다.    
언제 우리 친구가 또 다시 이런 기회가 있을 것인가?                      

J는 먼저 가고 C는 뒤에 처진다.
이틀간 태양을 보지 못해서 그런지 제석봉의 하늘은 눈이 시리다.

코발트 색의 파아란 하늘!
눈을 소독하는 듯한 청량한 기분이다. 

 

경치를 배경으로 사진 몇장 찍고  쓸쓸하지만 의연해 보이는 고사목의 황량한 모습이

인간의 산불로 인한 것이라는 안내문을 보며 한순간의 실수로 이렇게 장기간 복구가

안 되는 것을 보며 씁쓸한 마음도 든다. 

              

빨리 천왕봉의 모습을 보려고 부푼 마음으로 서둘러 오른다.
통천문을 지나 정상이 저만치 보일 무렵 갑자기 운무가 몰려온다.

 

부랴부랴 정상에 올라서니 주위는 다시 시야는 제로..

그래도 J는 정상에서 시원한 사방 조망을 즐겼다고 득의양양 하다.

정상에서 필수인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찍고
그동안의 힘들었던 산행를 돌이켜 본다.
각자 말들은 별로 없지만 이순간은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

 

다른 친구들도 아마 내생각과 같을 것이다.
중산리로 하산하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다.

하산도중 약주를 한잔씩 하시는 어르신을 모두 쳐다보고 있으니 눈치를 채셨는 지..

직접 담궜다는 과일주를 한컵 주셔서 한모금씩 맛보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간다.

운무는 계속 몰려와 결국 비로 변한다.

 

판쵸우의를 입고(무거운데 괜히 가져왔다고 했었음) 절름거리며 하산..

C는 자꾸 뒤 쳐지고 J와 D는 보이지도 않게 앞서가고 있다.    
C의 판쵸우의가 예전에 와이프가 사용하던 것을 가져온 것이라 속의 코팅막이 벗어져 옷에 다 묻어났다.

  

로타리 대피소에선 폭우로 변했다.
라면 끓이기를 귀찮아서 포기하고 초코파이로 몇개 사서 때우고 점심은 중산리에서
하기로 한다. 
비가 억수로 오는 데 아래에서 올라 오는 사람도 있다.
C가 판쵸우의를 벗고 우산을 쓴다.
올라오던 아주머니 등산객이 짜루를 보고 넘어 졌냐고 묻는다.

 

칼바위 주변에서 C는 옷을 갈아 입는다.
계곡의 물소리는 천지를 진동하여 경외감까지 느끼게 한다.
산이 높고 골이 깊어 폭우가 오면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 조난 당한다는 예기를 들었다.

서두르지만 왠 놈의 경사는 이리도 가파른지 무릎이 아파서 게걸음으로 걸어 내려온다. 
 

 저멀리 중산리 관리사무소에서 싸이렌과 대피 안내방송소리가 들린다.
C와 난 이제 다왔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어떤 딴 등산객이 내게 다가와 장터목에서 다른 하산길로  내려온 사람이냐고 묻는다.
자기가 내려올 때 심하게 다리를 절었던 등산객이 아직 안 내려 왔는데 조난 당한 것
같다는 것이다.

 

관리소에 수색하라고 그분이 계속 조른다.
관리소 직원은 조금만 더 기다려 보다가 수색한다고 한다.
잠시 후에 그 사람들이 내려왔다고 한다. 다행이다.

우린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시키고 옷을 갈아 입고 고팠던 막걸리 맥주를 먹고 
기념으로 뺏지도 몇개 사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무사히 마쳤다는 성취감에 우린 군가까지 부르면서 내려온다.

비는 어느새 그쳤다.
진주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와야 하는 데 마침 서울에서 내려온 산악회 버스에 자리가

남아서 양해하에 기사님 수고비 좀 드리고 거기에 합승해 올라 온다.

  

덕분에 대포로 소주를 몇잔 받아 먹고 한숨잤는데 C는 그렇게 힘들었는데도
그분들과 춤추며 어울리면서 올라왔단다.
잠을 깨워 일어나니 경부고속도로 죽전에서 하차시킨다.
덕분에 빨리 올라온 것 같다.


힘들었지만 우리 친구들에게 평생 있지 못할 추억이 되었고 이 산행을 계기로 나는 산에 맛을

들이고 C와 J는 지금도 산 예기하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어설픈 내용이지만 처음 지리종주에 도전 하시는 분들에게 꼭 한번 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세석대피소..

 

 

 

 

 

 

 

 

 

 

 

 

 

 

 

 

 

 

 

 

 

 

 

 장터목대피소에서..

 

 

 

 

 

 

 

 

 

 

 

 

 

 

 

 

 

 

 

 

 

 

 

 

 

 

 

 

 

 

 

 

 

 

 

 천왕봉에서..

 

 

 

2007년 1월 25일..

J군은 지금 곁에 없다. 1년전 먼저 저세상으로..

즐거웠던 추억도 이제는 J군과는 다시 할수 없다는 생각에 쓸쓸해진다..

같이 걸었던 그길을 앞으로 몇번을 갈지 모르겠지만 걸을때마다 J군이 그리울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