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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일상..

하프마라톤 완주기..

by 山梨 똘배 2005. 9. 15.

등산과 마라톤의 관계가 상호연관이 있는지 전문적으론 모르겠지만 일단 똑같이 발로 할수 있는 운동이고 

개인적으로는 두가지를 하면서 폐활량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공동 목표는 일단 살을 덜어내는것!

  

시간에 얽메인 사람에겐 등산은 1주에 1-2번 할 수 있지만 달리기는 집 주변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시간 장소에 큰 구애 없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3년 전부터 몸무게가 80kg이 넘어서고 몸이 둔한 것을 느껴 무슨 운동을 해야 하는지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집주변 탄천에 산보 나갔다가 다른 사람들이 뛰는 것을 보고

집사람과 달리기를 시작키로 했다.


등산도 마찬가지지만 처음엔 몇백m만 뛰어도 숨이 찻는 데 자주하다 보니 10km정도

뛰어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작년 11월에 처음으로 하프 출전한 경험으로 두번째로 출전키로 한다.


  

겨울동안 산에 맛을 들여 3-4개월 동안 10여 차례 안내산악회와 근교산행을 다녀

오느라고 달리기 연습을 못한 체 하프마라톤대회가 집 근처인 분당 중앙공원에서

열린다고 하여 2월에 인터넷으로 덥석 신청을 해 버렸다.


신청 후 한달 이상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연습 조금 하면 되려니 생각했는데 왠걸!

뜸하던 동창 산악회 모임에, 지인들 경조사 모임에, 모처럼 찾아온 친구들과 저녁의

잦은 술자리 참석으로 시합전날 까지 약 10km씩 4번의 연습밖에 하지 못했다.


물론 마라톤의 대선배들이 보면 웃겠지만 키173cm에 몸무게 78.5kg이나 나가는

비만체격인 내게는 여간 버거운 것이 아니다.

대회 일주일 전부터는 가벼운 운동만 하라는 말을 들은 터라 대회 3일전에 집사람과

6km정도의 훈련을 끝으로 마음만 조급해져 꼭 우울증 걸린 녀석처럼 집에서 한숨만

푹푹 쉬고 있으려니 집사람이 그만두면 될 것 아니냐고 한다.

"이런 젠장! 남자가 창피하게 시리 어떻게 포기하느냐"고 큰소리 쳐보지만 마음은

불안하다.


당일 날 뛰다가 기권이라도 하면 얼마나 쪽(?)팔린가?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시합전날 등산 배낭 챙기듯 이것 저것을 챙긴다.

기념품으로 준 배낭에 카메라. 스프레이파스. 멘소래담로션, 손수건. 선그라스. 썬크림

(등산으로 이미 까만 얼굴에 무슨?)전자�이 달린 배번호등을 철저히 챙기고 잠을 청해

보지만 아까 30분정도 눈붙힌 죄(?)에 3시까지 잠이 오질 않아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잠깐 잤나? 

  

6시에 벨소리에 일어나 미역국에 찬밥을 한덩어리 말아서 우격다짐으로 먹는다.

풀코스 뛰는 사람은 찰밥 반공기 먹고 뛰라는데 나는 찰밥이 아니라 찬밥이다.

얼려 놓은 물 한통을 배낭에 넣고 나선다.

  

마라톤 경기장 까지는 집에서 도보로 7-8분 거리  8시까지만 가도 충분한데 사진 좀

찍으려고 7시에 중앙공원에 도착한다.

  

지방에 계신 분에게 산은 아니지만 우리 동네도 소개 할겸 해서...

조금 있으니 단체 동호회에서 온 사람들이 몸풀고 화이팅 외치고 시끄러워 진다.

산에서도 혼자 다니고 여기서도 나는 혼자다.  완전히 왕따 아닌가?

  

산보 나온 인파들. 선거철이라 국회의원 후보들도 한표를 부탁하며 인사를 다닌다.

집사람이 카메라 가지러 왔다. 집사람은 장사를 하기 때문에 오늘 가게에 나간다.

재산목록 1호인 카메라를 보관소에 맡길 수는 없기 때문에..

  

츄리닝을 벗고 앉아서 맨소래담을 다리에 바르고 불라게 문질러 본다.

남들이 하는 것을 보고.. 좀 나을것 같아서...

어떤 남자 참가자는 런닝셔츠 속으로 비치는데 여자들 착용하는 브라같은 띠를

한 사람도 보인다.

풀코스 뛸때 사타구니가 쓸려 바세린을 바르고 젖꼭지가 마찰에 갈라져 반창고나

밴드를 붙힌다는 말은 들어 봤지만  설마 브라까지 있는줄은..

  

집사람에게 내사진 한 컷을 찍으라고 했더니만..(나중에 보니 땅만 많이 나옴)

  

아리따운 에어로빅 아가씨들이 몸푸는 춤이라며 흥겨운 음악을 따라 해 보라고 하는데

그냥 마누라 몰래 훔칫훔칫 구경 하는 게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아주머니들이 흥겹게 사물놀이도 해주시고 축제 분위기가 난다.

  

몸을 조금 풀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은 가시지 않는다.

"에이! 설마 기어서 들어 오더라도 낙오만 하지 않으면 되겠지" 하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드디어 출발선으로 이동한다.

3,000명 신청을 하였다고 하는데 실제는 몇 명 인지가늠이 되지 않는다.

10서부터 밑으로 카운트다운이 세어지고 셋. 둘. 하나 드디어 출발 폭죽과 함께 개떼(?)처럼 몰려 나간다.

  

내가 서있는 위치는 중간쪽 약간 앞인데 작년의 경험 때문에 서두르지 않는다.

마라톤 코스는 약 1.5km의 시내도로를 통과후 탄천의 조깅코스를 도는 것 이다.

서서히 호흡조절을 해가면서 추월당해도 신경 쓰지 않고 내 페이스 대로 뛴다.

1.5km동안 도로를 통제하기 때문에 그 위를 뛰는 기분이 조금은 색다르다.

  

집 앞쪽을 우연히 쳐다보니 집사람과 딸이 손을 흔들어 준다.(집이 1층임)

짐짓 여유로운 표정으로 응답한다.

  

자동차도로를 끝으로 탄천으로 내려선다. 이제 부터는 철저히 나 혼자인 셈이다.

주로(走路) 중간에 응급요원과 응급차가 있지만 내몸을 자동차 처럼 운전해야 하는것이다.

워밍업과 1단부터 천천히..

날씨는 화창하지만 직사광선으로 눈이 부시어 선그라스를 쓰고 뛴다.

  

옆에서 다른 주자들이 코스 좋다고들 한다.  탄천을 끼고 도는 코스로 주변에 개나리와

벗꽃이 만발해 있어 도로보다는 한층 운치가 있고 바람도 살랑살랑 불기 때문이다.

여자분들도 생각외로 잘들뛴다. 

체형으로 봐선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 상당히 많이 연습을 한 것 같다.  

  

뛸때 5km까지는 언제나 왼쪽 정갱이 부분이 땡겨 온다.

작년에도 그랬고 연습때도 그렇다.

작년엔 초반에 포기까지 하려 하였다. 여자들까지 추월을 하는데.

  

빨리 5km가 지나야 내 페이스가 된다.(뚱띠가 무슨 페이스?)

  

어라! 앞에 어떤 친구가 가는데 뒷 꼭지가 많이 본 것 같아 "영보야?" 하니 뒤돌아

보는데 맞다.

고등학교 동창인데 저번 동창산악회에서 만나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고 했었다.

이 친구는 그래도 야리야리한 몸매에 풀코스를 두번이나 완주한 친구다.

같이 뛰자고 하는데 나는 부담스러워 "니 혼자 뛰어라 내 걱정하지 말고"하는데 이 친구

자기도 그렇게 못 뛴다고 같이 가잖다.

  

코스는 1km마다 구간표시가 되어 있어 시간 계산하기에는 좋은 것 같다.

10km지점에 시간을 보니 55분이다. 내 페이스 보다 좋게 말하면 5분 빠른데 사실은

5분을 오버페이스 한거다.  이 시간 대로 간다면 2시간대 이다.

  

날이 더워 땀을 닦으며 5km 마다 공급하는 물과 이온음료를 빠지지 않고 먹는다.

당장은 그리 갈증이 나지 않지만 15km 이후에 급작히 효과(?)가 오기 때문이다.

7km좀 지나자 뒷사람들이 추월을 하고 또 앞에서 걸어가는 사람도 나온다.

추월을 하든 말든 완주가 목표인 나는 내 페이스대로 가면서 속으로는 "마지막 2-3km

정도에서피치를 올려야지"하며 생각한다.

  

나도 점차 힘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선그라스 속으로 연인 땀을 닦아내며 속으론 "15km만 지나면

기어서라도 갈 수 있다"는 교만한 생각이 든다. 

  

 앞사람들 엉덩이를 쳐다보고 뛰기도 하고 또 구경하는 사람이 있으면 억지 웃음도 지어 보지만 힘든 건 마찬가지다.

친구 녀석도 힘이 드는지 말 수가 점점 줄어들다가 10km 지점에서 이온 음료와 물로 입가심을 하고 내가 앞서 나간다.

 "자식! 풀코스 까지 뛰었다는 녀석이 ㅎㅎ"

  

주변 주자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뛰는데 벌써 반대편엔 선두가 뛰고 있다.

우리하곤 벌써 3-40분 차이 나는것 같다.

뒤에서 갑자기 쿵쿵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나를 추월하는데 엄청 거구다.

열심히 �아가 "체구가 엄청 크신데 잘 뛰시네요?" 하니 몸무게가 0.1톤이란다.

대단하다고 했더니만 그분 "연습은 많이 했는데 잘안되네요."라고 한다.

  

저앞에 이제 돌아서 가는 인도교가 보인다.

15km지점에서 오렌지 두쪽. 바나나 한쪽과 이온음료 물을 모두 먹고(먹는게 남는것?)

마지막 피치를 내보지만 다리는 이미 풀린 것 같다.

  

17km 지점! 이제 4km남았다.

여기까지는 작년에 뛸 때 보다 그래도 약간은 수월한 것 같았는데 몇km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더 힘이 든다.

친구 녀석이 어느새 따라 왔는지 내게 붙는다.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너 혼자 가라고하니 앞서 나간다.

아! 짠밥이 무섭긴 무섭구나!  아까 속단한 내 자신에게 못난놈!하며 뛴다.

  

앞에서 진행하는 여자분이 하이파이브를 힘! 하면서 외친다.

앞으로 2km...

아! 이게 왠일인가?

평상시 코스를 알고 있기 때문에 저앞 코너만 돌면 되는데 아무리 힘을 내려 해도 발은

이미 내 발이 아니고 기분은 주저 앉고만 싶다.

  

나보다 더 젊은 친구들이 걷는 것을 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든다.

허지만 명색이 육군 특공연대 출신이 여기서 주저 앉을 수는 없지 하면서 발을 내 딛는다.

저 앞에 골인 아치가 보인다.

  

골인지점 양쪽에 카메라맨이 있는데 작년 대회에 나온 사진이 일그러진 얼굴로 나와서

요번엔 멋진 폼으로 골인 하려고 했는데 얼굴이 펴지지를 않고 양손을 들 힘도 없어

그냥 들어온다. 제길헐!

시간은 2시간 10분 20초 작년보다 3분 늦었다.

  

그러나 걱정한 만큼 연습 안한 것에 비하면 만족한다.

전자�을 반납하고 기념메달과 음료수. 물. 빵한개.바나나 한개가 들어있는 비닐봉투를

하나 받고 시음대에서 나누어 주는 맥주 한잔 마시고 발지압장에 가서 맨발로 거닐어

본다.

  

가족과 함께 나온 사람들은 돗자리를 깔고 소풍 나온 듯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저녁에 핸드폰 메일로 들어온 메세지에 남자 완주자1485명중 순위 1033등 완주시간 2시간 9분 41초.

여름에 땀좀 많이 빼서 가을에 풀코스에 도전할수 있을랑가? 아! 허황된 꿈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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