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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行이야기../충청도의 산..

<소백산> 한겨울 칼바람..

by 山梨 똘배 2005. 9. 17.

산행일시 : 2004. 1. 18일(일요일)
산행장소 : 어의계곡-주능선3거리-비로봉-천동리
산행인원 : 1명 ( 똘배 - 안내산행 3회차 )
준 비 물  : 장비 - 베낭(38L). 스틱1쌍. 판쵸우의. 여벌우모복. 여벌플리스바지.

                      스패츠. 4발아이젠. 여벌모자. 등산손수건. 보온병0.65L 1개
           먹을것 - 컵라면1개. 양갱이2개. 초코바1개. 소주200ML1개. 치즈4조각. 귤2개
산행시간 : 5시간 10분(길잘못든 시간 약30분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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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들어 찐한(?)  눈구경좀 하려고 처음으로 안내산행을 따라서 태백산. 계방산을
다녀왔지만 감질만 나서 일주일전부터 인터넷 산행일정을 뒤지다가
겨울맛보기에 제일

좋다고 소문난 소백산에 가는 안내산행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옆에서 가게하는 K와 같이 갈려고 했으나 이틀전에 포기하는 바람에 토요무박을 가려다가 고생할 것 같아 당일산행으로 변경하였다.

 

새벽 5시30분에 마누라 몰래 살금살금 일어나 물을 끓여 보온병에 넣고 빵과 바나나 한 개로 배속을 속이고(?) 콘디션 조절을 해보지만 잘되지 않는다. 안내산악 세번짼데 화장실을 못 가면 꼭 산에 오를 때 고역이라 이른시간에 배속을 속여서라도 화장실에 가려는 것이다. 배낭을 짊어지고 분당 수내역으로 햫한다. 날씨는 푸근한 편인 것 같다.


원래 복정역에서 버스를 승차할 예정이었지만 딸랑 혼자 있을 것 같아 양재역으로
간다. 산악회에 전화를 하였더니 구민회관이 아니라 서초구청 앞으로 온다고 한다.
버스가 왔다. 눈이 왔다고 해선지 태백산행버스가 눈에 많이 띄었다.

먼저번과 달리 버스마다 등산객이 가득찼다. 

 

7시30분 출발..
버스를 타고  눈을 잠깐 붙혔나? 치악휴게소다. 
그곳엔 눈이오고 있었다.
안내산행버스가 수십대는 되어 보인다. 많은 인파에 화장실 가기도 수월치 않다.
커피한잔과 간단히 핫바 하나로 간식을 하고 30분 휴식후 출발한다.

차는 단양으로 빠져 겨울냄새가 물씬 나는 강을 끼고 계속간다.


어느 순간엔가 언덕에서 버스가 제속도를 내지 못하고 정차한다.
스노우체인을 끼운다고 한다. 성급한 마음은 벌써 산에 가있지만 안전이 우선인걸 어쩌랴.. 그곳에서 30분이상을 지체했다.


오늘 코스는 원래 어의곡리에서 희방사까지 였는데 기상관계로 약간 코스를
단축시킨다고 한다. 일행중에 코스변경 한다고 투덜거리는 양반도 있었다.
나도 처음으로 버스에서 스패츠라는걸 신었다.
꼭 고등학교 교련시간에 각반을 맨 모양이다. 한참 만에야 버스가 출발한다.


조금있다가 갑자기 장구치는(?) 소리가 난다.
쿵쿵따락 따라락 따라락....쿵쿵따락 따라락 따라락...리듬에 맟추어^^
체인끈이 걸리는 소린 것 같다.

 

어의곡리에 도착.. 벌써 다른 일행들은 줄행랑을 치다시피 튀어 올라간다.
조용한 시골 동네가 잠시 부산하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후미로 따라 올라간다.
날씨는 희뿌옅고 부스러기 눈이 계속오고 있다.
아! 그래도 오늘은 눈을 제대로 볼 것 같구나?


조금 앞쪽으로 가려고 열심히 걸어보지만 오름길에 속도가 나지않는다.

경사가 진 코스는 발을 자꾸 뒤로 밀어낸다. 그러나 불편할 것 같아 아이젠은 차지 않는다.
한 한시간 정도 걷자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땀이 난다.
몸도 식힐겸 카메라를 꺼내어 사진을 찍어본다.

 

눈이 꽤나 많이 왔다. 내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한 것 같다.
이런 눈을 본것은 몇년만인 것 같다. 눈발은 이제 멈추었다.

 


 

뒤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 아주머니들이 어머! 어머!를 연발하는데 쳐다보니
아! 안내하시는 분이 윗통을 벗고 누드로 걷는 것 아닌가?
"산에와서 누드 구경하니 아주머니들은 좋겠네요"하니 모두 웃는다.


물론 나도 땀이나서 춥지는 않았지만 한 오십정도 된 그분은 몸에서 김이 나고 있었다.
사진한컷 찍으려 했으나 혹 그분에게 프라이버시 침해(?)가 될껏 같아서리..
계속 산행이 이어지고 수북히 쌓인 눈위를 계속 걸으니 힘이 부치는 것 같다.
수건 한장이 다 젖어 새수건을 꺼낸다.


평균30도 경사를 계속 오른다. 저 앞에 허연 산등성이가 보인다.
이제 어느정도 올라온 것 같은 생각이든다.

그러나 능선길은 한참동안을 계속 이어진다.

드디어 바람이 조금씩 부는 것 같다.


힘이 부쳐 어디서 간식을 먹어야 하는데 자리가 없다.
눈이 많이 와서 러셀된 좁은길을 빼면 정갱이 까지 눈이 빠지기 때문이다.
조금더 올라가본다. 바람으로 인한 눈보라 때문에 더이상 높은곳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모여서 옷도 갈아입고 간식도 먹고 있다.
아마 여기가 캠프3나 캠프4정도 되는것 같다.

마지막 정상정복을 남긴^^ 나도 허기가 느껴진다.


티위에 얇은 자켓만 입고 있던 터고 속티는 이미 흠뻑 젖어 있다.

바람이 부니 차가운 기운이 엄습한다.
아까 벗었던 플리스 자켓을 다시 꺼내어 입으니 조금 나았다.
베낭에서 양갱이와 보온병의 따뜻한 물을 한잔 먹고 나니 한결 기운이 나는 것 같다.

사진을 몇장 찍는다.

 


 

이제 조금가면 비로봉 정상인 것 같은데 말로만 듯던 소백산 칼바람이

어느 정도인지? 만반의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
뚜껑없는 바라클라바를 꺼내 쓰고 자켓에 있는 모자끈도 단단히 조인다.

다시 출발한다.


과연 바람이 세다. 엄두를 못내선지 다른 등산객이 보이질 않는다.
능선에 나무계단을 계속 만들어 놓았는데 계단 아래에서 계단 틈새로 바람 때문에
눈보라가 올라오고 눈만 남은 내 얼굴에 따가운 눈가루가 눈주위를 때린다.

그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지만 꺼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한겨울 등산이 처음인 내게는 새로운 경험이다.
앞에 연세 지긋한 분이 강풍때문에 비틀비틀 걸어가신다. 나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그분이 탄성을 지른다. 나도 맞장구를 쳐본다. 찬바람 때문인지 눈에 눈물이 난다.
그런데 꼭 찬바람과 눈가루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인지 모를 ???(카타르시스) 새로운 경험 때문일까?


갑자기 박영석대원의 남극점 탐험이 떠오른다. 너무 비약일까?

반대편에서 다른 일행들이 이쪽으로 온다. 온통 찡그린 얼굴이었으나
표정은 왜지 맑아 보였다. 애들도 끼어 있고 맨얼굴의 사람도 많았다.  허참 엄청 춥겠구먼...
계단 아랫쪽에 스틱을 꽂아보니 깊은곳은 1M정도인 곳도 있다.

 

서둘러 걷는다. 드디어 비로봉 정상!
올해 올랐던 지리천왕봉. 설악대청봉. 치악비로봉. 태백천제단. 계방산의
정상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아마 그것은 소백산의 칼바람 때문이 아니겠는가?


작동될른지도 미지수인 카메라를 꺼내어 몇장 찍어본다.

 

 

 

 

 

 

증명사진 하나 찍으려고 하나 감히 부탁할 형편이 못된다.

해서 내가 내얼굴을 한컷 찍어본다.^^

 

바람이 너무 심해 오래 머무를 상황도 아니다.
저쪽에 등산객이 많이 올라오는 곳으로 무턱대고 정신없이 내려간다.
내려가다가 미끌어져 엉덩방아를 찧고 누가 볼까봐(?) 얼른 일어나

아이젠을 꺼내어 신는다.
약간 내려가니 바람이 적은 곳에서 군데군데 식사들을 한다.


나도 먹어야 되는디 하며 호젓한 자리를 찾다가 없어 조금더 내려간다.
그런데 표지판을 보니 비로사쪽이 나온다.
아차! 이길이 아닌 것 같은디..  주위를 보니 우리 리본단 사람은 하나도 없다.
부산산악회 리본을 단 가이드같은 분에게 물어보니 천동리는 반대쪽이라는
것이 아닌가?  한20분은 내려온 것 같은데..  


이것 일났구나?  나 때문에 4시까지 내려오라고 했는데 지체되어 피해를
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시간은 2시가 넘고 있다.
다시 씨부렁 거리며 올라가 정상 바로 아래... 왜이리 더 힘이 더드는지..

어차피 허기진 몸으로 하산할 수 는 없는 일이다.

한편으론 내가 그렇게 늦게 올라 오지도 않았겠지? 하는 자만심이 들었다.

적당한 자리가 있어 베낭을 내리고 컵라면에 물을 붓고 소주를 꺼낸다.
치즈와 소주 몇모금을 마시니 한결 초조했던 마음이 느긋해진다.


옆에 한양반이 서성된다.  난 앉을 자리를 찾으려나 하고 무신경했다.
잠시후 "소주팔 것 있어요?" 하는 것 아닌가?
속으로 "이런 젠장 누굴 소주장사로 아는가?"
"아뇨 이것뿐 인데. 왜 소주안가져 왔어요?" 하니
"일행하고 같이 왔는데 일행이 아직 안올라 와서요" 한다.
"이거 입댄건데 한모금 하실래요?" 하니 쭉소리를 내며 많이도 먹는다.^^
치즈를 권하니 삶은 달걀이 있다고 한다.

설익은 라면을 맛있게 국물까지 먹고남은소주를 탈탈 털고 일어선다.

 

다시 비로봉 정상... 정상을 하루에 두 번 밟기는 처음이다.^^
일단 천동리 표지판부터 확인한다. 이제는 욕 안먹을라면 서둘러 가야한다.
주변에 우리 리본 단 사람을 찾아도 없다.


비로봉의 칼바람을 머릿속에 몇기가 용량 만큼 메모리 시키고 하산한다.

조금내려 가다가 바쁜 와중에도 사진 몇장 찍는다.

 


 

주목군락감시초소가 나온다.

 

다른 일행들은 무릎까지 빠지는 눈밭에서 기념촬영들을 하고 있다.
서둘러 내려간다..
이런! 바쁜데 제길헐!
커다란 주목나무들이 눈앞에 보인다.
그냥갈 수 없잖아! 하며 자켓속의 카메라를 또 꺼낸다.

 

 

 

 

 

 

이제부턴 반구보로 뛴다.
한참을 내려 왔는데 천동리까지 4KM정도 남은 표지판이 보인다.

아이고 아직도 한참 남았구먼...
애들과 부부가 경사진 길에서 엉덩이 썰매를 탄다.
참 즐거워 보인다. 어른들도 자연앞에는 한갖 어린애일 뿐인 것을.....

 

 

 

 

다내려 온것같다.  매점이 보인다.
매표소다.  그런데 물어보니 앞으로도 더 가야한다고 한다.
천동제2교. 천동제1교를 지난다. 시간은 4시 30분...
휴! 유스호스텔이 보이고 저앞에 버스들이 보인다.

 

 

 

 

 

고산자 김정희 선생의 추모비가 여기 있구나.

평생을 걸어서 전국 방방곡곡을 걸어다닌 그분 아마 지금이라면 등산의 달인이 되셨을게야.^^ 버스를 찾아보니 왼쪽에 있는데 차는 비어 있고 기사분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꼴찌는 아닌가 보다. 스패츠와 아이젠을 벗고 물 한모금 먹으니 안도감에 한숨이 나온다.


하산주로 먹걸리 한잔 생각이 나는데 시간이 어떨지 몰라 그냥 두기로 한다.
버스에 오르니 다른버스가 먼저 출발한다고 그차를 타라고 한다.
안내산악 버스가 두 대가 와서 한 대는 먼저 출발하는 것이다.
잉? 그럼 나보다 늦는 사람도 여럿 있는가 보다...
노곤한 몸으로 오후 5시경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살을 에이는 듯한 소백산 칼바람을 뒤로하면서...............     

역시 바람은 소백산표 칼바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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